[기자수첩]고이즈미의 딜레마

[기자수첩]고이즈미의 딜레마

장현진 기자
2002.10.04 12:52

[기자수첩]고이즈미의 딜레마

3일 일본 도쿄 주식시장의 닛케이 평균주가가 19년만에 9000선 아래로 밀렸다. 일본 증시가 신저가를 기록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뉴스도 아니지만 그 시점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일본 경제의 고질병인 은행 개혁 수순을 밟기 시작한 때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달 30일 취임후 첫 개각을 단행했다. 지난달 3일 닛케이 평균주가가 9420.85를 기록, 19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후 연일 신저가 행진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은행 공적자금 투입에 반대했던 야나기사와 하쿠오 금융청 장관을 전격 경질하고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성 장관을 그 자리에 앉혔다. 그가 취임 초기부터 주장했던 '개혁 없이는 성장도 없다'는 구호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30일 개각이 발표된 이후 닛케이 평균주가는 4일 연속 하락했고 결국 9000선을 내주고 말았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은행권 개혁이 추가 기업 도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융 불안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계도 은행권 개혁이 절실하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한 불안감 또한 높은 상황이다.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개혁은 디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실채권 처리에 따른 고통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디플레 대책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증시는 내림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플레를 해결하자니 은행 부실이 걱정이고 은행을 개혁하자니 디플레가 발목을 잡고 있다. 정말 일본이 한때 세계경제를 호령한 나라인가를 의심케 할 정도다. 일본 전성기를 가능케 했던 것은 부동산 버블. 최근 일본의 상황은 버블의 뒷끝이 얼마나 잔인한 가를 보여주는 전범이다. 태평양 건너 미국은 지금 정보통신(IT) 버블 붕괴로 고통을 겪고 있다. 과연 그 고통의 끝은 어디일까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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