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리아 디스카운트`
코스닥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수익모델조차 변변하지 못한 기업들이 부르짖는 장밋빛 환상으로 코스닥이 채워져 있었다. 이에 현혹된 투자자들이 대박을 노리다가 쪽박을 찬 시장이 바로 코스닥이다. 아직 코스닥시장보다 사정이 괜찮은 편이지만 거래소시장도 그 아우에 그 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래소시장은 한마디로 앉은뱅이 시장이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생산주체인 기업의 가치가 증대되고 이에 따라 주가가 올라가는 것이 상식이다. 지난 1992년 이래 명목GDP성장률이 연평균 9.4%에 달한 탓에 국민소득도 2.5배가량 늘었다. 또 1997년 국부통계에 의하면 법인기업의 자산은 1987년말에 비해 6.4배 정도 늘었다. 그러나 주가는 1992년에 비해 현재 겨우 25% 성장에 그치고 있다.
거래소시장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는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이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주식의 위험프리미엄은 미국과는 달리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가 아무리 장기투자를 유도한들 영악한 투자자들은 단타매매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주가가 경제현실과 동떨어지게 움직이는 이유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작전을 하나의 투자기법으로 생각하는 큰손, 불공정거래 방지 및 분식회계 예방 등 공정한 시장거래 형성에 힘을 쓰기보다는 주가를 왜곡시키는 단기부양에 관심이 있는 정부당국, 위탁매매수수료 확보를 위해 단타매매를 부추기는 증권회사 그리고 한번 돌아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알아서 돌아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투신업계 등이 어우러져 주가 및 경제를 따로따로 놀게 하고 있다.
우리는 주가하락을 미국이라는 외부요인에만 돌릴 수 없다. 한국기업의 주가가 외국의 동일 업종기업에 비해 헐값으로 거래되는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를 없애는 것이 우리의 당면과제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적어도 세가지를 바꾸어야 한다.
첫째, 금융감독원의 주요 업무로 감독, 검사 및 조사 강화를 들 수 있다. 금감원은 조사를 감독보다 더 중요한 업무로 다루고, 동시에 조사인력을 확충하여 불공정거래에 대해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 종래의 솜방망이 처벌에서 벗어나 불공정거래를 하면 금전적으로 몇 배의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를 내릴 때 까지 감독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둘째,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공정공시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를 자율규제방식보다 법적규제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금감원은 시장충격 및 기업부담 때문에 법적규제를 추후 검토하겠다고 하나 기업부담완화가 투자자보호를 우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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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돈을 쫓는 투자자는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투자자보호가 소비자보호 또는 자연보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증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어 힘을 결집시키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들을 위해 정부는 가칭 투자자보호원을 설립하여 투자자보호에 만전을 기하여야 한다. 투자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이 형성되고 시장이 있어야만 비로소 시장경제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전환이 물꼬를 트면 개인자산 중 주식운용 비중을 현재 8.5%에서 미국처럼 45.8%까지 끌어 올릴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주식수요기반을 확충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여야 할 증시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