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통신과 금융의 경쟁

[기고]통신과 금융의 경쟁

2002.10.15 16:30

[기고]통신과 금융의 경쟁

[편집자주] 한국금융연구원 강임호 연구위원

최근 필자는 TV에서, 세계를 무대로 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서베이한 결과 최고로 지목된 호텔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비즈니스맨들이 그 호텔을 최고로 지목한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은 이유가 호텔 종업원들이 자신과 마주칠 때 마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 프로그램은 종업원들이 고객의 사진을 보고 이름을 외우는 것을 보여주었다.

고객은 자신을 알아주는 서비스업체를 선호한다. 이것이 전자금융서비스의 핵심이다. 최근 급속히 확산된 신용카드의 힘은 바로 고객에 대한 지식에서 비롯되었다. 고객을 알지 못하면 신용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에 교통카드의 기능이 추가된 것이 그예다. 이제 고객이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에도 신용을 부여한다.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금융회사는 고객을 어디를 가든 그를 알고 신용을 부여할 수 있게 한다.

은행도 유무선인터넷뱅킹을 통하여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고객을 알아보고 계좌이체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증권회사도 사이버트레이딩을 통해 고객이 어디에 있든 위탁매매서비스를 제공한다. 전자금융의 키워드는 바로 개인화이다. 정보기술을 통하여 개인화된 서비스를 일반 대중에게 제공할 때 전자금융의 가치가 실현된다.

고객을 가장 잘 알아보고 또 알고 있는 업체 중의 하나가 바로 통신업체이다. 특히 이동통신업체들은 고객이 언제 어디에 있든지 그를 알아본다. 그래서 이 통신업체들은 금융서비스를 하기에 아주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고객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금융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금융에 대한 지식은 단기간에 쉽게 축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현재 이동통신회사들은 별다른 금융지식이 필요없는 전자지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통신회사와 금융회사와의 경쟁이 시작될 시점에 와 있다. 통신회사는 얼마나 금융지식을 쌓고 영업에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와, 금융회사는 정보기술의 발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의도대로 이용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할 수 있는 업체가 장기적으로 금융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양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도 있다. 이동통신회사의 장애는 정보기술이 여전히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시장지배력은 정보기술에 의존하는데, 컴퓨팅 파워의 값이 급속도로 하락함에 따라 자신의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금융회사의 장애는 자신이 이미 챔피언이라는 것이다. 흔히 챔피언을 지키는 것이 챔피언에 오르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자신의 기득권을 주장하면서 변화하는 기술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기득권의 근거는 서서히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생물의 진화가 자연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듯이 금융서비스의 발전은 시장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 최근에 입법예고된 전자금융거래법은 한편으로 전자금융거래와 관련된 소비자와 금융회사의 권리의무관계를 명확히 한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자금융에서의 비교적 단순업무인 전자지급서비스 부문에서 통신회사의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는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재까지의 시장의 선택을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 법은 시장을 따라 갈 수 밖에 없다.

양 회사들의 소비자에 대한 러브콜은 소비자의 윤택한 금융소비생활을 보장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이러한 구애에 대하여 마냥 즐거워하기 보다는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