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호주의 `내탓이오`
세계적인 휴양지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폭발테러가 발생하자 인터넷에선 '트리플 원(Triple One)' 예언이 적중했다는 소문이 번지고 있다. 예언의 내용은 '111', 즉 대참사를 빚었던 9.11 테러로부터 정확히 1년 1개월 1일째 되는 날 비슷한 재앙이 재발한다는 것. 9.11 직후 점성가들 입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마감 시한을 30분 남겨놓은 10월12일 밤 11시30분(인도네시아 시간기준) 216명(현재 집계치)의 사망자를 낸 대형 폭발테러가 일어났다. 9.11 이후 최악의 테러라는 평가다. 일견 여러 정황들이 '예언'과 들어맞는 듯하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테러의 배후가 신(神)이라고 믿는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범행단체가 거사일을 9.11 테러와 연관지어 택일했다는 건데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처럼 9.11과의 연관성을 중시했다면 미국도 아닌, 그것도 이슬람국가 인도네시아에서, 호주인들이 주를 이뤘던 나이트클럽을 목표로 삼았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이번 사건을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려 하고 있으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 사실 자체다. 주요 외신들도 '예고된 테러'였다며, 프랑스 유조선 랭부르호 폭발과 쿠웨이트 미군살해 사건처럼 앞으로도 얼마든지 같은 일이 재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쟁 동참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이다. 이슬람도 결사항미를 외칠 것이다. 이 와중에 사건 다음날 호주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하나 있었다. 미국의 나팔수 역할을 해온 호주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진 것. 이번 테러는 호주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지지한데 대한 강력한 경고라는 것이다. 미국 이슬람 모두 "네 탓이오"를 외치고 있는 판에 호주의 `메아쿨파'(내 탓이오)가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