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감원과 카드사 과당경쟁

[기자수첩]금감원과 카드사 과당경쟁

박정룡 기자
2002.10.17 12:43

[기자수첩]금감원과 카드사 과당경쟁

"A카드 말고 B카드 있으세요, B카드가 있으면 무이자 할부는 물론 할인혜택도 받을 수 있는데요."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는 고객이라면 백화점이나 주유소 등에서 한번쯤 이런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신용카드 회원들은 주유소나 백화점 등에서 판매원으로부터 신용카드 선택을 강요당하는 일은 없을 지도 모르겠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5일 카드사 사장단 회의를 긴급 소집해 무이자할부는 물론 가맹점 수수료 이상의 경품제공 등의 과당경쟁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의 경쟁이 도를 넘어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공정위의 반대가 변수가 되긴 하지만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카드사들은 돈으로 매출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과당경쟁을 벌여왔다. 1.5~2%의 가맹점 수수료를 받지않았고, 백화점 등에서 물건을 구매할 경우 5~10%를 할인해 주는 것은 물론 6개월 무이자 할부까지 했다. 그 결과 카드사들의 수익은 급격히 감소해 일부사의 경우 경영건전성 문제가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번 조치에 대해 카드사들은 내심 반기는 눈치다. 카드사 모두 제살 깎아먹기식의 과당경쟁을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매출액을 늘리는 데 급급해 누고도 먼저 나서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조치로 카드사들은 정상영업을 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러나 부대업무 취급비율 50% 준수규정이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잇달으고 있다. 당초 부대업무 취급비율을 맞추는 과정에서 과당경쟁이 비롯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드사의 정상영업이 자리를 잡기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부대업무 취급비율을 먼저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금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카드사의 정상영업은 결국 카드사가 아닌 금감원이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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