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토지거래허가제`구멍`

[기자수첩] 토지거래허가제`구멍`

남창균 기자
2002.11.06 16:54

[기자수첩] 토지거래허가제`구멍`

정부가 강북 뉴타운의 불안한 부동산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제라는 고강도 처방을 내놨다. 이에 따라 상업지역 60평, 주거지역 54평 이상 되는 땅을 사려면 구청으로부터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한다. 구입 사유가 분명치 않으면 거래 허가를 받지 못한다.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높게 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실효를 얻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토지거래허가제에 구멍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 면적이다. 길음과 왕십리 뉴타운 내 대부분의 땅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면적이 작기 때문이다. 또 30평 정도만 매입하면 가장 넓은 평형의 재개발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지므로 그 이상되는 땅을 구입할 필요도 없다. 설령 상업지역의 60평 이상되는 땅이라도 두 필지로 나누면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리 저리 다 빠져나갈 수 있는 셈이다.

올초 그린벨트 해제를 앞두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은평 뉴타운 내 부동산 값이 지속적으로 올랐던 것은 토지거래허가제가 투기수요를 차단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이번 조치가 땅값 잡는 데만 치우쳐 정작 불안 요인이 되고 있는 아파트 값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길음 뉴타운의 경우 발표 이후 호가가 2000만원 가량 뛰었고 주변 지역도 기대심리가 작용해 1000만원 정도 오르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정말로 투기수요를 꺾고 부동산 값을 안정시킬 의지가 있다면 이제라도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매길 수 있는 투기지역 지정이 토지거래허가제 보다는 훨씬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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