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천덕꾸러기, 제일은행
무려 17조원의 혈세가 들어간 제일은행이 요즘 금융당국의 말을 가장 듣지 않는 `말썽꾸러기'로 꼽힌다고 한다. 금감원은 올초부터 은행들에게 "연체 첫날과 상환일 모두에 연체이자를 물리는 `양편넣기'는 부당하니 `한편넣기'로 바꾸라"고 지도했으나 제일은행을 비롯해 8개 은행이 최근까지 지키지 않았다. 이것만이라면 "여러 곳중 한 곳인데 뭘 그러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일은행은 금감원의 다른 지도사항도 잘 따르지 않는 단골 학생이다. 은행이용자 가운데 신용우량자에게는 연체이자를 적게 받고, 신용불량자는 많이 받는 연체이율 차등화를 비롯해 지역별 수수료 차별화 폐지 권고 등을 모두 따르지 않았다.
선진금융기법 도입의 기치를 내걸고 외국인 경영자에게 수억원대 연봉을 줘가며 경영을 맡긴 제일은행의 현주소가 이렇다. 은행권에선 제일은행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금융계 한 인사는 "제일은행은 한보사태가 터지기 전만해도 국내 법인중 가장 법인세를 많이 낸 국내 최우량 기업이었다"며 "누가 우등생을 이렇게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지난 2000년말 3064억원에서 지난해말 2241억원으로 26.9% 줄었다. 올 반기실적도 528억원으로 지난해 반기(2002억원)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금융계에선 제일은행이 뉴브리지캐피탈에 매각될 때 맺은 풋백옵션만 믿고 안주해왔기 때문에 영업력이 쇄약해졌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제일은행의 임직원수는 지난 2000년말 4815명에서 지난 6월말 현재 4298명으로 1년 반동안 517명 감소한 반면 점포수는 57개 늘었다. 제일은행과 비슷한 규모인 서울은행의 경우 점포수는 6월말 현재 294개로 2000년말보다 불과 3개 늘어난 반면 임직원 수는 847명이나 감소했다. 수익성은 악화되고 씀씀이는 그대로다.
가장 큰 책임은 51%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에 있다. 그러나 나머지 49% 지분을 갖고 있는 또 다른 대주주인 정부도 어떤 식으로든 제일은행의 해법을 찾아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