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뒤늦은 금리인상 포기

[기자수첩]뒤늦은 금리인상 포기

문형민 기자
2002.11.08 12:43

[기자수첩]뒤늦은 `금리인상` 포기

박 승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취임 이후 꿋꿋하게 지켜온 금리 인상 지론을 사실상 포기했다.

7일 금융통화위원회는 콜금리를 6개월 연속 현수준 4.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으며, 박 총재는 뒤이은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금리 인상 시그널(신호)을 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취임초 "금리 인상 필요가 있을 경우 3개월 전에 신호를 주겠다"는 그의 말에 비춰 볼 때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박 총재의 포기가 뒤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이미 변했고, 시장은 이를 선반영 주가와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박 총재는 금리 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실제 박 총재가 취임한 지난 4월 이후 금리와 주가 추이는 시장의 지적이 틀리지 않음을 보여준다.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4월9일 연중 최고치 6.58%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박 총재 주도로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5월 금통위 이후 하락세는 더 빨라졌다. 주가 또한 마찬가지다. 종합주가지수는 4월 중순 938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고점을 낮추는 모습이다.

시장이 미국발 전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에 떨고 있었지만 통화정책당국은 '선제적인 조치'라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경기부양을 주장하는 재정경제부와 한은의 정책방향이 엇갈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했다.

잇따른 콜금리 인상 경고 발언은 시중자금을 단기 부동화시키고, 장단기 금리체계 왜곡현상을 유발했다. 이는 또 국내 경기를 견조하게 이끌던 소비 증가세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도 있다.

박 총재는 이날 "올해 6% 성장은 문제가 없고, 내년 5.5~6%의 잠재성장이 기대된다"며 여전히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외국계기관들을 중심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4%대로 낮추는 것에도 귀를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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