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이회창 노무현 TV 토론을 보면서

정치 분야 토론은 못보고 넘겼지만 그래도 전공인데 경제 분야는 봐야지 하는 직업의식에 서둘러 귀가했다.
흔들리는 투표의 방향도 잡을 겸해서. 토론을 지켜보면서 의아하게 생각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당사자들의 입술이 바짝 타들어 갈 만한 이 백중지세에 1, 2위 후보의 반응 모두가 의외였던 두 문제에 관해서만 언급하려고 한다. 시장개방과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문제다.
숫자에 비해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농민이라는 뇌관을 어떤 후보가 감히 선거 며칠 전에 건드리랴. 그러니 세 후보가 모두 쌀 수입 관세화 최대한 유예, 적절한 피해 보상을 들고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권 후보의 일반적 반개방론에 이, 노 후보 모두 개방은 어쩔 수 없는 세계적 추세니 따를 수밖에 없다는 소극적인 반응을 한 것은 실망스럽다.
대부분의 시장개방은 경제 전체에 득을 줄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이유는 세계적인 추세 때문이 아니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시장개방은 생산자에게 주는 피해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을 소비자에게 가져다 줄 것이기 믿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소비자들이 세금을 더 내서 생산자의 피해를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의 이익이 소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소비자의 이익이 실감 나지 않는 독자들은 만일 소고기의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면 1인분에 얼마를 주고 등심을 먹게 될까 상상해 보면 될 것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시장개방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큰 이익이 다수의 소비자에게 분산되어서 소비자 개개인은 정치적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이들의 단합을 유도할 정치적 메카니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진정으로 개방에 친화적인 지도자라면 소비자의 이익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피해 농가의 보상 방법에도 매우 구체적인 입장을 가져야 한다. 필자가 정상적인 시장 작동을 전제한 이유는 만일 개방으로 인한 농산물 생산 감소와 함께 생산에 사용되었던 노동과 토지가 다른 용도로 전환되지 않는 다면 개방은 경제 전체에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방을 준비하는 지도자는 노동과 토지의 다른 용도로의 전환을 방해하지 않는, 오히려 이를 촉구하는 보상 방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한 이-노 두 후보간의 공방이 의아스럽다. 필자가 엄청난 수도 이전 비용에도 불구하고 노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 솔깃했던 이유는 이것이 서울의 집 값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3대 생활고, 즉 주택, 교통, 환경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인구의 1/3이 좁은 수도권에 거주해서 생기는 문제다.
그나마 좁은 땅덩어리를 골고루 쓰지 못하고 한 곳만 편식해서 생기는 문제다. 만일 행정직 근로자, 정치가, 관련 산업 종사자, 그의 가족들이 합쳐서 100만 정도 서울을 빠져나가게 된다면 이는 새 집 25만 호를 짓는 것에 버금가는 효과를 주택가격에 미칠 것이다. 더불어 교통과 환경의 문제도 완화되고.
독자들의 PICK!
한국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계속 유지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비판적인 이유는 이것이 지나친 소비증가를 가져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주택가격 폭등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정부는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려고 별 방법을 다 동원했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수도가 이전되면 집 값이 떨어져서 서울 주민이 피해를 볼까 이 후보가 걱정하고, 이에 대해 노 후보가 100만 명이나 이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키는 답변을 한 것은 필자에게 신기하기만 하다. 공무원과 서울의 주택 소유자 표를 두 분다 과민하게 의식한 탓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