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인 시평]재벌정책 3가지 과제

[전성인 시평]재벌정책 3가지 과제

전성인
2003.01.09 12:16

[시평]재벌정책 3가지 과제

대통령직 인수위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최근 새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한 재계와 시장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재벌 문제의 여러 측면과 정책과제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재벌문제는 크게 기업자산에 대한 통제권과 수익흐름에 대한 수령권이 불일치하는 데서 연유하는 지배구조의 문제, 독과점 및 계열사간 내부거래 등 경제력집중의 문제, 그리고 부의 세습과 관련한 상속 및 증여 문제 등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측면은 경제학적으로는 기업재무, 산업조직론, 재정학의 문제를 망라하고 있고, 법학적으로는 회사법, 공정거래법, 세법을 넘나드는 방대한 문제여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쉽지 않다.

 

먼저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부터 살펴 보자. 세 번째로 거론한 부의 세습을 방지하기 위한 세법의 정비가 그것이다. 이 문제는 다양한 상속 및 증여 수단에 대해 실질적인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법을 정비하면 된다. 다만 조세법률주의라는 근대법의 대전제와 포괄적 과세라는 정책목표를 서로 조화롭게 만드는 입법기술상의 측면만 유의하면 된다.

 

다음으로 지배구조의 개선 문제를 살펴 보면 이 과제는 김대중 정부에서 상당한 정도 성과를 보인 부분이다. 특히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지배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각종 투자자 보호장치를 정비한 측면이 괄목할 만하다.

다만 대부분의 정비가 증권거래법의 개정을 통해 이루어짐으로써 비상장기업의 지배구조 정비가 누락된 점, 투자자중 주주 이외의 이해당사자의 권익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점, 단일법인의 지배구조 정비에 집중함으로써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지배구조 정렬이라는 추가적 측면에 소홀했던 점, 그리고 집단소송제 등 본질적인 규율장치의 도입이 지체된 점 등은 고스란히 이번 정권의 과제로 남게 되었다. 다행히 이 부분의 개혁에 대해서는 상당한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서 새 정부는 미진했던 개혁과제를 차분하게 추진하고 기존의 제도가 현실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될 것이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경제력 집중의 부작용을 정비하는 문제이다. 지배구조 정비의 문제가 단기간에 상당한 정도로 제도의 정비가 이루어졌던 데 비해, 경제력 집중의 부작용 해소 문제는 개발 연대 이후 각종 규제 장치가 누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본질적인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독과점 규제, 대기업 여신관리제, 업종 전문화 제도와 총액출자 제한제도,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소유제한, 상호 지급보증 금지 및 부당 내부거래 규제 등 그동안에 시행되었던 조치를 열거하려면 숨이 찰 지경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고 있지 않고 해결책의 기본방향에 대한 공감대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재벌이라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현상에 대한 학계의 실증적 연구성과도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조치가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인지에 대해 아직 공감대가 부족한 실정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특정 산업내에서 거대기업이 행사하는 독점력의 병폐를 막기 위한 궁극적 수단으로 미국식 기업분할명령제를 도입하고, 문어발식 확장으로 흔히 표현되는 계열사를 동원한 혼합결합의 병폐에 대해서는 계열분리를 강제하는 제도가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찌되었건 이 부분은 논점을 정리하고, 연구성과를 축적하고, 실현가능한 정책수단을 도출하는 등 정책입안의 모든 측면에서 새 정부가 진력해야 할 부분이다.

 

재벌문제는 그동안 지긋지긋할 정도로 우리 경제를 괴롭혀 온 족쇄였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경제로 환골탈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풀어야 할 숙제이다. 새정부의 행보를 지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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