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쟁마케팅
과거 중국 춘추-전국 시대 때는 평화보다 전쟁이 더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 전쟁은 특수 상황임이 분명하다. 전쟁 시기에 뜨는 비즈니스 품목은 평화적일 때와는 시기와 분명히 다르다. 또 전쟁시에 새로운 어떤 브랜드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법도 평화시와는 다르다.
지포 라이터는 전쟁과 관련이 많다. 2차 세계대전 중 미군 병사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한 물건이 바로 지포 라이터였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잊기 위해 담배를 피우면서 라이터를 켜고, 추위를 잠시 녹여줄 화롯불로서의 역할도 했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통조림 같은 먹거리를 데워 먹을 때에도 지포는 유용하게 쓰였다.
또 당시 군인들은 참호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지포의 케이스에 날카로운 돌이나 조개껍질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썼다. 지포 케이스가 하나의 캔버스가 된 셈이었다. 이렇게 한 개인의 특별한 스토리가 새겨진 지포는 나중에 수집가들에 의해 비싼 가격으로 수집되기도 했다. 이를 특별히 지포 아트(Zippo Art)라고 부른다.
2차 세계 대전을 통해 브랜드 가치가 치솟은 브랜드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코카콜라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코카콜라사는 미군 병사들에게 5센트짜리 동전 하나만 내면 콜라 한병을 마실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래서 코카콜라사는 60여개나 되는 이동형 공장을 만들어 군대와 함께 이동했다. 이런 열성적인 마케팅으로 코카콜라는 미국인으로부터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작전중이던 미군들이 들고 다니는 코카콜라 덕분에 유럽에까지 코카콜라 브랜드가 전파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번 이라크 전쟁에 대한 찬반론이 치열하다. 중동권내에서는 반미감정을 이용하여 이란에서 만든 잠잠콜라가 큰 인기를 끌었다. 유럽에서도 전쟁을 반대하는 반미감정이 고조되면서 프랑스에서 만든 메카 콜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회사의 광고카피는 이런 식이다. '바보를 마시지 말고 현명함을 마시자, 메카콜라.' 이번 전쟁이 빨리 끝나버리면 메카콜라의 매출은 타격을 받을 지도 모른다.
금융가들은 전쟁상황을 이용하여 큰 사업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19세기 초반에 워털루 전쟁에서 영국 웰링턴 장군과 프랑스 나폴레옹이 마지막 힘겨룸을 했다. 전쟁은 벨기에 지역에서 벌어졌다. 런던에 있던 유태계 금융가 네이산 로스차일드는 비둘기를 통해 다른 사람보다 먼저 영국이 이겼다는 결과를 알았다.
그러나 로스차일드는 증권거래소에 힘없는 모습으로 나타나 영국 국채를 팔았다. 이것을 본 투자가들은 영국이 패배한 것으로 알고 앞다투어서로 채권을 파는 바람에 채권 가격은 폭락했다. 값이 떨어진 채권을 네이산 측이 몰래 사들인 것은 물론이었다. 영국의 승리가 나중에 밝혀지면서 채권 가격은 다시 폭등했고 로스차일드는 막대한 돈을 벌었다. 이것은 물론 지금처럼 통신이 잘 발달되지 않은 시대의 이야기이긴 하다.
2001년 9.11 테러 사건 때는 빈 라덴을 이용한 마케팅도 있었다. 당시 빈 라덴이 위성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산 타이맥스 시계를 차고 있었다. 이 방송이 나간 후 매장에서는 타이맥스가 불티나게 팔린 적이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는 전쟁의 주역이 후세인인 만큼 후세인이 위성방송에 나올 때 어떤 시계나 악세서리를 차고 나오는지 눈여겨 봐야할 것 같다.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은 비즈니스면에서는 항상 기회다. 더구나 그 전쟁이 자기나라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오히려 경제 불황에서 탈출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쟁은 잔인하지만 일본은 우리나라 6.25전쟁을, 우리나라는 월남전을 경제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이라크전 역시 우리나라 사업가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