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PPL마케팅

우리는 영화나 TV 드라마를 통해 많은 상품들을 접하고 있다. 기업들이 화면을 통해 간접광고(PPL)를 하기 때문이다. 몇 년전만 하더라도 이런 간접광고가 흔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훨씬 다양하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간접광고를 하고 있다.
외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전체 제작비의 1/4을 간접광고로 해결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에는 기네스 맥주, 리복 운동화, 갭 의류, 아멕스 카드, 펩시 콜라, 버거킹, 렉서스 자동차가 등장한다. 버번 위스키 브랜드인 잭 다니엘은 오래전부터 영화 '여인의 향기', '원초적 본능', '진주만' 영화를 통한 간접광고의 단골 손님이다.
최근 우리나라 TV 인기 드라마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MBC의 '인어아가씨' 프로그램을 보자. 상류층 가정으로 대표되는 신문사 사장 집에서 아침을 생식으로 먹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특히 시어머니는 생식 애호가로 나온다. 또한 며느리가 할머니의 홍삼을 자신의 홍삼으로 착각하고 먹는 바람에 할머니에게 크게 꾸중을 듣는 장면도 나온다. 이 때 한국인삼공사의 홍삼 케이스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드라마는 등장 인물들의 대사 속에서 PPL 제품을 칭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상품이 화면에 잠시 비추어지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등장 인물의 대사 속에서 간접적으로 PPL 제품을 칭찬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선물한 인삼초콜릿은 지난 발렌타인데이 며칠전부터 제품이 동이나 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것보다 한단계 더 진화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기업들이 아예 영화와 드라마 시나리오 제작 단계에서부터 주도적으로 깊숙히 개입을 하는 것이다.
2시간 정도의 본격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노골적으로 기업이나 제품을 홍보하는 애드무비(Ad Movie)가 있다. 홍보할 제품이나 기업을 먼저 정한 후 이 제품을 모티브로 하여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다. BMW는 자사 자동차의 우수함을 알리기 위해 '하이어'라는 애드무비를 제작한 바 있다.
기업이 초기부터 시나리오에 개입하여 만든 본격적인 영화도 있다. 커플매니저와 고객의 사랑을 다룬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는 결혼정보회사인 듀오의 홍보영화라고 할 정도로 듀오가 영화 장면 곳곳에 등장한다. 듀오 간판이 나오고 듀오 회원들의 이벤트 장면도 소개된다. 신문, 지하철의 듀오 광고에 영화장면을 그대로 쓰기도 하였다. 영화 줄거리에서부터 소품, 배경까지 모두 듀오가 등장하는 것이다.
또한 영화와 연계하여 오프라인에서 공동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아이엠샘(I am Sam)이란 영화에서 장애자인 주인공 샘은 스타벅스 직원으로 나온다. 그리고 샘이 커피 주문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하여 영화 관객들에게 스타벅스의 메뉴가 자연스럽게 인식된다.
스타벅스는 장애인도 고용한다는 따뜻한 기업이미지를 주는 효과도 노렸다. 이뿐만 아니라 스타벅스 매장에 영화 포스터를 부착하는가 하면 영화를 본 티켓을 보여주면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를 공짜로 제공하는 공동 마케팅을 벌였다. 이런 의미에서 '아이엠샘'은 스타벅스의 영화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운송업체 페덱스 직원으로 나오는 영화 캐스트 어웨이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영화와 드라마는 이제 더 이상 예술 작품만이 아닌 경지에 도달하고 말았다. 광고가 자본주의 꽃이라고는 하지만 노골적인 광고에 질려버린 소비자들에게 이제 기업들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컨텐츠인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다.
로또 복권이 TV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는 규제를 피하고자 로또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KLS컨소시엄은 최근 로또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이처럼 담배나 술, 카지노처럼 광고가 제한되어 있는 업종에서는 더더욱 영화나 드라마를 통한 마케팅에 주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제 우리 소비자는 어디로 피해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