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원한 1만弗 국가?

[기고] 영원한 1만弗 국가?

이상빈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2003.05.21 12:19

[기고] 영원한 1만弗 국가?

우리는 세계의 어느 민족보다 근면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달러에서 계속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때 아시아의 용으로 불리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무엇 때문에 날개 꺾인 새의 신세가 되었을까? 흥미로운 연구주제가 될 것 같다.

 

한계를 뚫지 못하고 주저 않아 있는 것 중에는 1인당 국민소득을 비롯해 여러 가지가 있다. 80년대 말 1000 포인트를 돌파한 이래 여러 차례 1000 포인트를 넘나 든 적은 있지만 지금은 600선 근방에 머물러 있는 주가지수를 예로 들 수 있다.

또 미국에 이민가 있는 한국인의 생활수준도 비슷한 경로를 걷고 있다. 재미한국동포는 처음에 빈손으로 시작해 어느 정도의 생활수준까지는 빠른 속도로 다가 가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는 경우는 별로 없다. 다시 말해 한국동포의 비즈니스는 세탁소 및 과일가게 수준에 머물러 있지 이를 뛰어 넘어 그 다음 단계의 비즈니스로 진출하는 예는 별로 없다. 이런 사실로 볼 때 우리에게 어떤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볼 때 1만 달러 소득은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다시 후진국으로 돌아가느냐의 갈림길의 역할을 하였다. 이는 만불 소득까지의 경제 운영방식과 1만 달러 소득 이후의 경제 운용 방식이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1만달러 소득까지는 양적 팽창에 치중한다면 1만달러 이후에는 질적 성숙도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1만달러 소득까지의 경제운용방식을 만불 이후에도 적용시키려 하면 후진국으로 다시 회귀하기 쉽다.

 

1만달러 소득에 만족하지 않고 2만 달러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 보다 비능률을 제거하여야 하고 부패를 추방하여야 한다. 이를 한마디로 구조조정이라고 부를 수 있다. 경제 여건이 바뀌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이 나오기 마련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도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쟁력을 키워야지 오히려 노동조합의 힘을 빌려 퇴출을 방지하려 한다면 이는 후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뿐이다. 목소리가 큰 이익단체의 요구에 정부가 영합하기 시작하면 비능률이 만연하기 시작한다. 비능률을 제거하는 고통스러운 과정보다 손쉬운 방식인 목소리 키우기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목소리 큰 소수보다 말 없는 다수의 이익을 정부는 대변하여야 한다. 물류사태가 발생하였다 하여 유류비를 보조해 준다면 이는 결국 말 없는 다수의 부담으로 귀착된다. 말 없는 다수가 이를 회피하기 위해 전부 목소리를 높인다면 이는 곧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진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 속담이 있다. 당장 입에 달다고 쓴 약을 먹지 않는다면 우리는 1만 달러 소득에서 다시 후진국으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 작금에 일어난 일련의 사태가 이에 대한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면 이를 지나친 기우로만 여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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