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카드 부실과 경영진 평가

[기고]카드 부실과 경영진 평가

김주영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 변호사
2003.05.23 12:21

[기고]카드 부실과 경영진 평가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최근 가장 관심을 갖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경영진에 대한 평가 및 보상체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진이 기업의 장기적인 존속과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결국 잘 짜여진 경영진보상체계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경영진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 그 기업의 매출규모나 시장점유율에 연결되어 있다면 자연스럽게 그 경영진은 외형을 확대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반면 순이익을 많이 내는 경영진에게 상을 주면 경영진은 외형보다는 순익을 중시하는 경영을 할 것이다. 기업의 주가만을 기준으로 보너스가 지급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주가조작이나 분식회계를 해서라도) 주가를 높이려 노력할 것이다. 결국 기업가치를 견고하게 높이는 데 대하여 좋은 평가를 하고 이를 승진 및 보수에 반영하는 합리적인 경영진보상체계는 기업발전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불거진 카드부실은 카드사의 잘못된 경영진평가보상체계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때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던 한 재벌계 카드사는 졸지에 그룹전체의 골치거리가 되어 있다. 얼마 전 이 그룹은 카드사의 경영을 맡고 있던 사장과 부사장을 전격적으로 교체하였다. 외형성장에만 치중해서 부실을 키웠을 뿐만 아니라 부실을 은폐하고 사태를 호도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 사장과 부사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영성과를 인정 받아 십여 억원의 보너스를 챙기기까지 했었다.

대주주측에서 시장점유율의 확대 등 외형성장에 높은 점수를 주다 보니 이 카드사의 경영진은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렸을 것이다. 그리고 대주주측에서 각종 재무자료를 꼼꼼히 따지지 않고 단순히 드러난 숫자만을 챙기다 보니 겉으로 나타난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을 것이다. 결국 잘못된 평가와 보상시스템이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많은 재벌들이 금융업에 섣불리 손을 대었다가 큰 코 다치는 것도 결국은 재벌들이 제조업이나 일반 서비스업에 적용하는 평가와 보상시스템을 금융업에도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업은 제조업과 다르다. 제조업은 다소 모험적으로 사업을 벌이더라도 그에 따른 위험부담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금융업은 위험 (risk)가 무한대이다. 10억원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 행한 파생상품거래가 1조원의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금융회사는 금융업에 잔뼈가 굵은 최고의 금융전문경영인으로 하여금 운영하도록 하여야 하고 평가 및 보상에 있어서 반드시 리스크관리의 공과를 반영시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재벌그룹의 경우 금융업에 진출할 때 금융전문경영인을 영입하기 보다는 그룹 비서실 출신의 재무담당임원을 쓴다. 그리고 제조업에 들이대는 평가와 보상의 잣대를 금융업에도 비슷하게 들이대곤 한다.

대주주 자신도 경영진이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는지 잘 알지도 못한다. 여기에 대주주 스스로 그룹사간 부당내부거래에 금융회사를 동원하는 수준에 이르면 이제 망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제 재벌그룹 스스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오너경영진을 포함해서 경영진의 평가 및 보상체계를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할 때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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