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책으로 감성잡기

[기고] 책으로 감성잡기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2003.05.28 12:17

[기고] 책으로 감성잡기

지난해 말 16대 대선이 끝난 직후 대통령 후보 진영에서 책을 통해 얼마나 마케팅을 했는지 간단히 조사를 해본 적이 있다. 어느 인터넷 서점에서 '노무현'이란 키워드를 쳐서 검색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총 18권이 검색되었다. 노무현이 저자로 나온 책은 4권이었다.

노무현 자신을 알리기 위해 좀 딱딱하게 씌여진 책도 일부 있었지만, 독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책이 눈에 많이 띄었다. 지금은 청와대 홈페이지로 흡수되었지만 노하우 공식 홈페이지(www.knowhow.or.kr)에서 인기가 좋은 컨텐트만 집약한 베스트뷰 모음집도 나왔다. 타겟고객이 남성인 책의 표지는 파란색으로, 여성용 책으로는 분홍색을 택하여 디자인 측면에서도 신경을 쓴 것이 돋보였다.

 

'이회창'으로도 검색을 해보았다. 전체 17권이 검색되었다. 그러나 이 중 5권은 검색이 잘 못되어 이회창과 전혀 관계없는 책들이었다. 그리고 4권은 후보 자신이 과거 법조계에 몸담고 있을 때 썼던 주석 형법 시리즈였다. 결론적으로 실제로 이회창 마케팅을 위한 책은 4권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 4권 모두 딱딱한 책이었다. 한마디로 책을 이용한 선거전에서 노무현 진영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책의 양, 기획력,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측면에서 말이다.

 

기업들 또한 책을 통해 기업이나 브랜드를 홍보한다. 기업이 책을 쓰는 목적은 크게 세가지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회사 이미지를 올리는 것이다. 책은 다른 매체를 통한 광고에 비해 비상업적이고 신뢰감을 주기 때문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쉽게 심어줄 수 있다. 둘째로는 게임기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제품 사용법에 관한 책을 출판함으로써 자사 제품 매출을 돕는 목적으로 책을 쓰기도 한다. 셋째로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향상 차원이다.

 

세번째 경우가 좀 흥미롭다. 예를 들면 모든 분야의 최고 기록을 싣고 있는 기네스북은 흑맥주로 유명한 기네스사가 출판한 책이다. 1951년 기네스사의 상무였던 휴비버경인 새사냥을 나갔다가 물떼새의 일종인 '골든 플로버'가 유럽에서 가장 빠른 새인지 논쟁을 했다. 이런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을 제공할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책으로 실현된 것이다.

 

미쉐린 사에서 나오는 레스토랑 안내 서적인 레드가이드 역시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자사의 타이어 사용자인 운전고객이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닌다는 것에 착안해 만든 것이다. 레스토랑의 평가 등급이 떨어지면 그 식당의 주방장이 자살할 정도로 이 책의 권위는 대단하다.

 

또한 어떤 기업들은 아예 자사의 브랜드를 소재로 소설을 쓰기도 한다. 보석, 시계로 유명한 불가리 사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페이 웰던을 섭외하여 [불가리 커넥션(The Bulgari Connection)]이란 이름의 소설을 쓰도록 했다. 이 소설의 책 표지에는 불가리 목걸이 사진이 나와있고 스토리 전개상 불가리 목걸이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대부분의 기업 관련 서적은 내용이 딱딱한 편이다. 대형 서점의 '비즈니스 서적' 코너에 자리잡고서 경영학을 좀 아는 사람만 읽어야 될 책인 양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는 비즈니스 책도 좀더 부드럽게 만들어져 독자층을 파고들 때다. 외국 서적의 경우에는 회장과 인터뷰 방식의 부담없는 책자도 많다. 내용면에서도 회사와 CEO, 브랜드에만 포커스를 둘 것이 아니라 레드 가이드나 기네스 북, 또 기업을 테마로 하는 소설을 쓸 수도 있다. 이렇게 하여야 소비자가 기업에 더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고 우리나라 비즈니스 출판 시장도 성숙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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