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희망과 전망간의 격차

[기고]희망과 전망간의 격차

오상훈 SK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2003.06.02 13:08

[기고]희망과 전망간의 격차

최근 각 기관들의 금년도 경제전망 수위가 신중한 낙관론에서 비관론으로 일제히 돌아서고 있다. 지난 2000년 IT버블 붕괴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공급조정에 의한 경기하강 압력을 저금리와 통화팽창을 통한 인위적 내수확대 정책으로 대응하여 왔다. 그러나 그 결과로서 최근 가계신용 불안과 부동산시장 과열의 후유증이 나타나면서 추가적 성장의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IT부문의 공급과잉 현상이 일반화된 가운데 이 부문에 대한 설비투자 사이클이 집중되지 않아 경기흐름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여기에다 최근 달러화 약세에 힘입어 중국 저가 공업제품의 위세가 보다 높아질 경우 탈 제조업화 추세를 가속화시켜 개도국들의 성장속도를 늦추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 종결이후 세계경제에 대한 미국의 입지가 높아지면서 미 국익에 부합하는 환경으로 전환(Global Paradigm Shift)되고 있다는 것은 더욱 우려된다.

우리경제도 최근 소비와 설비투자 부진이 경기하강을 주도하는 가운데 경기침체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 수출과 건설투자 호조세가 경기급락의 버팀목 역할을 하여 왔는데 하반기 들어 수출과 건설투자가 둔화세로 접어들 경우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꺾일 전망이다. 최근 취업자수 증가율이 98년 IMF환란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접어들고 있고 기업실적 악화에 따른 임금소득 둔화세까지 이어질 경우 민간 실질구매력을 약화시켜 하반기 내수개선에 대한 회복기대를 후퇴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경기사이클 측면에서도 금년 들어 본격적인 경기하강 국면에 진입하고 있으므로 하반기 경기에 대한 희망에 가까운 막연한 회복 기대보다는 오히려 경착륙 방지를 위한 전방위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할 시점으로 판단된다. 채권시장에서는 세계 각국 모두 채권수익률이 이미 사상 초 저금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경기급락 추세를 이미 예견하여 왔다. 우리 채권시장도 국고3년물 수익률이 콜금리 목표치에 바짝 다가서면서 추가적 콜금리 인하 조치를 압박하고 있다.

정책당국도 최근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 현실적인 전망으로 바뀌면서 정책기조가 적극적 입장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말 부동산경기 활성화 및 가계신용 완화에 의한 내수부양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지하다시피 그 동안 유동성 확대위주의 경기부양 대책은 경기가 불투명한 환경 하에서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의 단절화에 의해 설비투자 부양보다는 가계부채 누적, 부동산시장 과열 등 부작용 만을 수반하여 왔다. 여기에다 정부의 경기예측 실패와 원칙과 소신을 결여한 정책 실시에 따른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신뢰도가 크게 떨어져 정책효과를 반감시키고 소득격차 확대 또는 집단이기주의 만연 등 후유증을 낳고 있다.

앞으로 경기부양 정책의 초점은 최근의 과잉유동성의 부작용을 고려하여 통화정책 쪽 보다 재정정책 쪽에 두어질 필요가 있다. 우선 추경예산 집행은 규모상의 문제 보다는 집행시기가 보다 시급한 과제이다. 추경예산 집행에서 경기부양 효과가 발휘되려면 적어도 6개월 정도 시차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 시 경기 대응 측면에서 집행시기를 가급적 빠른 시일 내로 앞당길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30일 청년실업 및 신용불량자 대책,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 주거생활 안정, 중소기업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서민, 중산층 안정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에다 경기부양 효과가 크게 발휘될 수 있는 중산층 이상 소득계층을 겨냥한 소비촉진 대책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고가 가전제품에 대한 한시적 특소세 인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및 한도액 상향 조정, 증시 활성화를 위한 세제개선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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