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턴과 BMW

[기고] 인턴과 BMW

김정열 美 조지메이슨대 CAPEC 연구교수
2003.06.10 12:25

[기고] 인턴과 BMW

우리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얼마나 달라졌으며 변했는가.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 근무하는 여자 인턴이 BMW530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다.

이 차는 "잘 사는 아버지가 순수하게 딸의 안전을 염려하여 잠시 빌려준 것이고 명의도 아버지 이름으로 되어 있다"고 본인이 말했다. 그러나 국회 안에 소문이 퍼지자 그녀는 혹시 모시는 의원님께 피해가 갈 까봐 더 이상 그 차를 몰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얼마전 신문 인터넷판으로 본 뉴스의 줄거리이다. 미국에서 이 뉴스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였다. 우선은 이런 일이 과연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일어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런 것이 뉴스가 되어 신문에 날수 있을 것인가.

 

먼저 대학을 마친 사회인으로서 아버지가 순수하게 자식의 안전을 염려하여 BMW를 빌려준다 해도 쉽게 이를 탈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미국의 보통 젊은 사람들의 대답은 거의 "아니오"다. 그들은 성인이 되면 "부모는 부모, 나는 나" 라는 생각이 철저하다. 상황여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국에서는 대개 성인이 되어 부모와 같이 사는 것조차 부끄럽게 여긴다. 살펴보면 미국의 사회체제와 교육이 그렇게 되어 있다. 각종 교육은 개인의 독립을 특히 많이 강조하고 있다.

 

둘째, 부모가 자신이 BMW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성인이 된 자식에게 출퇴근용으로 빌려줄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것도 역시 불가능하다. 대개 이런 경우 부모는 `자식을 버리는 일' 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일을 하여야 돈을 벌고 그래야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주말에 무빙 세일이나 개라지 세일에 가보면 부모들이 헌 물건을 파는 구석에 그 집 아이들이 레모네이드 쥬스를 만들어 팔고 있다. 한잔에 25센트 우리 돈으로 약 300원이다.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경제생활을 가르친다.

 

한국의 신용카드 부채는 심각하다. 97년이 국가 부도인 외환위기라면 지금은 바야흐로 개인부도인 신용위기 시대이다. 이런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물론 정부에 있다. 지난 정부는 개인신용 확대로 내수 중심의 경기진작을 도모하였다. 그리고 주요 재벌기업 등이 운영하는 카드사도 정말 웃긴다.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회원을 모집하는 곳이 지구상 어디에 있는가. 작년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한국경제가 신용확대로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부실을 우려하며 경고를 하기도 하였다. 시인 최영미씨의 `카드,잔치는 끝났다'이다.

 

그러나 국가가 신용확대 정책을 취하고 기업이 마구잡이로 회원을 모집한다고 해서 개인이 이에 부화뇌동해야 하는가. 신용카드는 성년에게만 발급해주게 되어 있다. 그러나 카드대란을 보면 한국의 성년은 경제행위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그 행위에 책임을 잘 지지않는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의 카드파산은 대부분 부모에게 의존하고 부모는 자식에게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관행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자식이 부모의 비싼 차를 빌려타고 부모가 이를 허용하는 문화 속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그때보다 얼마나 달라졌으며 또 변했는가. 인턴과 BMW 자동차 일화에서 보는 것과 같이 개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책임을 지지않고 주위에 의존하는 경제관습이 그대로 지속되는 '미성숙한 자본주의 정신'이 지배하는 한, 한국의 경제위기는 카드대란과 같은 형태로 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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