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의 청개구리식 소비

[기고]나의 청개구리식 소비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2003.06.11 12:16

[기고]나의 청개구리식 소비

요즘 불경기여서 난리다. 그런데 나는 소비에 대해서 나름대로 철학이 있다. 청개구리식 소비 원칙이라고나 할까. 경기가 좋을 때에는 근로소득이나 자산소득이 늘어나 소득이 늘게 된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이 때 소비를 늘리게 된다.

그러나 나는 이 때 소비를 억제하려고 상당히 노력한다. 반대로 불황기가 와서 소득이 줄어들 때에는 보통 소비가 줄게 된다. 그러나 나는 돈이 없다고 느껴져도 오히려 소비를 늘리려고 노력한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내가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보통 물건 값이 비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사려고 하기 때문에 백화점에 사람이 많아 쇼핑하기에 너무 시끄럽고 번잡하다.

손님이 많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도 당연히 떨어진다. 술집에 가도 손님들이 많아 로비에서 기다려야 하고 방에 들어가도 직원의 서비스 질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한 마디로 돈은 돈대로 들고 손님 대접도 못받기가 일쑤다.

 

반면에, 경기가 하락하면 바겐세일이 많아져 평소에 사고 싶었던 좋은 물건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그건 거저 사는 거야(That's a steal)"라는 영어 표현이 있는데 정말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싼 물건이 많다. IMF 직후 나는 양복을 한번에 4벌이나 산 적이 있었다. 종전에는 40만원 정도 하던 양복이 3만원에 팔리는 것을 보고 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지나친다면 앞을 못보는 장님 아니면 성자가 분명하다.

 

또한 불황기에는 서비스의 질도 올라간다. 상점들이 고객을 서로 유치하려 들기 때문에 손님 대접이 극진해지고, 넓은 매장을 내가 왕처럼 활보하며 쾌적한 분위기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상품 가격과 서비스의 질 측면 말고도 청개구리 소비 원칙이 좋은 이유가 또 하나 있다. 호경기에는 소비수요나 투자 수요가 많아 이자율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자율이 높을 때에는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해서 나중에 높은 이자소득을 가지고 미래에 소비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반면 요즈음 같은 불경기에는 이자율이 매우 낮으므로, 이 때에는 바로 소비를 펑펑 늘려야 한다.

 

나와 비슷한 소비철학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이 계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시라. 손해날 것이 하나도 없는 현명한 소비원칙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 원칙을 지금 실행에 옮기려면 구비해야할 조건이 있다.

 

우리는 호경기때 자제력을 발휘했어야 한다. 호경기에는 수중에 돈은 많아지고 광고는 넘쳐흘러 우리의 소비를 충동질한다. 친구들이 백화점에 가자고 자꾸 유혹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때 수도승처럼 자신의 소비를 다스렸어야 한다. 불경기로 값이 너무 싸 눈을 비벼 그 가격이 진짜인지 확인했어도 현재 수중에 돈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다시 말하면 호경기 때 이러한 청개구리 소비원칙을 실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청개구리 같은 소비철학은 우리 자신에게 합리적일 뿐 아니라, 정부도 환영한다. 왜냐면 경기가 너무 좋으면 정부는 소비를 억제하려 하고 경기가 나쁘면 소비를 진작시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왜 머뭇거리는가? 이제 실행에 옮겨보자. 왕따라도 좋다. 청개구리처럼 튀는 소비생활을 해보자.

 

만약 당신이 지금 돈이 없어서 이 소비철학을 실행에 옮길 수 없으면 다음 호경기때 꼭 한번 실행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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