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SKG사태 두가지 원칙

[기고]SKG사태 두가지 원칙

이상빈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03.06.18 12:26

[기고]SKG사태 두가지 원칙

SK 글로벌 사태로 인해 지금 까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오면서 결코 작지 않은 역할을 해온 재벌의 향방에 일대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재벌은 개별기업이 홀로 서기 보다는 상부상조하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출발하였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우리나라 속담에 비추어 볼 때 재벌구조에 대해 하등의 시비를 걸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재벌체제가 경쟁을 제한시켜 시장의 창의력을 말살하는 데 있다. 시장에서 창의력이 말살되면 이는 곧 경제가 활력을 상실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우리나라 재벌은 외국의 재벌과는 달리 적은 지분율로 큰 기업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심각한 도덕적 파탄을 야기할 수도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 재벌은 쇠사슬로 묶어 놓은 조조의 함대에 비유될 수 있다. 평상시에는 쇠사슬로 배를 묶어 두면 배가 흔들이지 않아 좋지만 한척의 배에 불이 붙으면 전 함대가 궤멸되는 약점이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비유되는 지금 기업은 자신의 운명을 쇠사슬에 의지하기 보다는 풍랑을 이겨낼 수 있도록 배를 튼튼히 하고 항해술을 연마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각도에서 볼 때 SK 글로벌 사태는 최소한 두 가지 원칙 하에서 다루어 져야 한다. 첫째, SK 글로벌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 있느냐가 회생의 최대 기준이 되어야 한다. SK 글로벌의 사업모델이 SK 그룹 관계사의 지원에 의해 유지될 수 있다면 이는 진정한 사업모델이라고 할 수 없다.

재벌의 폐해가 심하다고 하여 일시에 재벌을 해체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하여 재벌의 존재를 언제까지 용납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볼 때 재벌 대책의 첫걸음은 개별기업의 독자경영 유도이다. 따라서 SK 글로벌이 독자경영으로 생존가능한지가 SK 글로벌 회생의 최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둘째, SK 글로벌 사태를 야기한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이 반드시 뒤 따라야 한다. 분식회계로 부실경영을 숨기면서 국민경제에 타격을 입힌 경영자를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복귀시킨다면 이는 앞으로 더 큰 부실을 예고할 따름이다.

 

한국은 지금 부동산 열풍에 휩싸여 있다. 막대한 시중 부동자금이 기업으로 향하지 않는 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솜방망이가 될 수밖에 없다. 자금이 생산적으로 선순환하는 지름길은 기업의 지배구조 확립이다.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없으면 땅이 가장 정직한 투자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복덕방을 돌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적당한 발품만 팔면 수익이 보장되는 것이 부동산 투자이다. 그러나 기업에 투자하면 투자한 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조차 불분명하다면 부동자금이 기업으로 향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재벌기업인 SK 글로벌의 처리 방향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가 달라질 것이다.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적당주의로는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없다. 올바른 SK 글로벌의 처리가 정부가 수 없이 내 놓는 부동산 대책보다 더 확실한 부동산 대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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