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재건축과 리모델링
이제 우리나라 공동주택도 본격적으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재건축에 대해 공익적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지난 1일부터 시행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공동주택의 재건축 추진이 앞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그동안 재건축에만 관심을 보여 왔던 아파트 주민들 역시 리모델링을 통하여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자산 가치를 향상시키는 방안에 대하여 점차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벌써부터 강남지역 등에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하기 위해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단지나 동 들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 주택의 질을 개선하는 방법에는 노후 주택을 허물거나 재건축하는 방법 외에 고쳐 쓰는 방법도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이미 리모델링은 재건축 못지 않게 주택의 질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아오고 있다.
따라서 이들 나라에서는 건설산업의 새로운 영역으로서 리모델링 시장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와 달리 이들 선진국들은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를 훨씬 넘어서 신규 주택 공급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리모델링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리모델링은 분명히 재건축에 대한 대안으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물리적으로 사용 가능한 건물을 허물지 않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리모델링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활동이다.
실제로 리모델링을 통해 노후화된 단지내 각종 설비를 교체하고 부족한 주차 공간을 신규로 확보할 수 있다. 또 가구의 라이프사이클 변화에 따른 세대 내부의 공간 확장 또는 변경 수요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에 형성돼 있는 양호한 단지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보다 쾌적하게 개선시킬 수 있는 여지는 더 커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적어도 10년 정도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재건축이 필요한 공동주택도 적지 않지만 성능 개선을 통해 얼마든지 주거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아파트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우리의 현실은 이러한 판단이 적용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가치 측면에서 보면 멀쩡한 건물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모델링을 투자가치로서 재건축과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원칙적으로 리모델링은 건물의 경과연수에 따라 적정 시점에 요구되는 성능 유지 또는 향상을 위한 활동이다. 따라서 모든 건물은 재건축 이전 단계에 다양한 형태의 리모델링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측면에서 재건축의 허용시기를 최대한 늦추도록 하는 제도적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균형되게 유도하는 정책방향을 잡아나가야 할 것이다. 건물의 수명 연장과 경제적 이용가치 향상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하여 재건축과 리모델링 중 효율적인 방법이 선택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재건축 규제에 대한 대안으로 리모델링을 통해서도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또 실질적인 자산가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적절한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즉, 가능한 범위내에서 세대내 평면확장과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공용부분 리모델링은 저리의 융자나 조세 감면 등을 통하여 활성화될 수 있도록 유인 장치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