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성과 경영대학원'
영국에서 발간되는 잡지 [이코노미스트]에 최근 이런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미국에는 프로페셔널을 기르는 대학원으로 의과대학원, 법과대학원, 경영대학원이 있다. 의과대학원과 법과대학원의 경우에는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반반으로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유독 경영대학원에서만은 여성의 비율이 겨우 30%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인 89년에도 29%였으니 거의 상승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유럽에서도 이 비율은 엇비슷하다. 왜 그럴까? 학비가 비싸서일까? 그런데 학비는 의과대학이나 법과대학도 마찬가지로 비싸다. 비즈니스가 남을 배려하지 않는 전투적인 분위기라 여성이 싫어해서일까? 그런데 법과대학도 전투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윤리적인 성향이 많아서일까? 비즈니스는 속성상 비윤리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에 이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대기업에 잘 가지 않아서일까? 사실 여성이 소기업이나 독립적인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에는 MBA 학위가 별로 필요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서울대학교 경영대 대학원의 경우 여성의 비율은 40% 정도이다. 이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선진국에서의 여성 비율보다 높다. 입학한 다음 선택하는 전공으로 재무, 회계 분야는 남학생 비율이 높지만, 마케팅 분야는 여학생 비율이 더 높다.
국민경제 전체로 볼 때 소비의 칼자루는 여성이 쥐고 있다. 따라서 핵심 쇼핑 고객인 여성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려면 여성 마케터가 많아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지금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남성들은 상당히 몸조심을 해야할 것이다. 여성 마케터들이 언제 그들의 자리를 차지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사례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한 졸업반 여대생이 최근 P&G에 인턴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세계최고의 마케팅 컴퍼니인 이 회사의 인턴, 신입사원, 임원의 비율을 볼 때 여성의 파워는 대단하다.
윤리적 성향이 높은 여성들이 비즈니스에 많이 진출을 하면 좋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기업의 윤리경영, 투명경영이 본격 도입되는 시점이 예전보다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1980년대 하바드 경영대학원에 이런 일이 있었다. 경영대학원에 기업윤리 과목을 개설해야 하느냐를 가지고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기업윤리 과목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던 사람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기업윤리 과목을 수강할 필요가 있는 학생들은 아예 이 과목 수강 신청을 하지 않고, 오히려 사고방식이 이미 윤리적이어서 이 과목을 들을 필요가 없는 학생들만 불필요하게 이 과목을 수강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윤리 과목을 개설해보았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어쨌든 우리나라 경영대학원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만큼 우리 기업의 투명성도 함께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