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민소득 2만달러의 조건

[기고]국민소득 2만달러의 조건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03.07.11 12:40

[기고]국민소득 2만달러의 조건

최근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2만달러 시대'는 선진국의 징표 가운데 하나이며, 우리가 선진국이 되면 당연히 달성되어질 것이다. 문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얼마나 빨리 2만달러 시대로 가느냐이다. 현 시점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2만달러 시대를 맞이한 선진국들을 살펴보고 그 달성 조건을 음미해 봐야 하겠다.

먼저 1인당 국민소득의 결정 요인별로 달성 조건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보통 1인당 국민소득을 결정하는 요소로는 경제성장률, 환율, 물가 그리고 인구증가율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요소들이 2만달러 달성에 기여하는 바가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경우는 성장 주도형이었으며 일본의 경우는 환율하락(엔화 가치 상승)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이탈리아의 경우는 물가 상승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는데 일등 공신이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참고로 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 5천달러에서 1만달러를 달성했던 시기(1989∼1995년)에는 성장과 물가 측면에서 모두 높은 기여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성장-고물가를 통해서 명목 국민소득의 증대가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요인에 의해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해야 할 지 단정적으로 말하기 쉽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꾸준한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싱가포르와 홍콩은 고도경제성장을 통해 5∼6년내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한 성공 케이스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1만달러∼2만달러 이행기의 실질경제성장률이 9.3%에 달했을 정도이다. 홍콩도 환율 혜택은 거의 없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통해 2만달러 시대로 진입했다. 즉, 2만달러 달성기에 홍콩달러 가치는 매년 0.1% 절상되는데 그친 반면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5%에 달했던 것이다.

싱가포르, 홍콩 같은 자원빈국들은 자원부국에 비해 출발은 불리했지만, 오히려 수출입국을 표방하면서 경제성장률 측면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만달러 시대를 개척한 24개국들의 이행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만달러 달성 이후에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성장세가 둔화됐으며, 국민들의 복지수요가 일시에 분출하면서 노사대립, 사회갈등이 심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위기에 좌절치 않고 2만달러 시대를 맞이한 선진국들에게는 지도자의 리더십과 일관된 정책이 밑바탕에 있었다. 영국의 경우 지난 79년에 집권한 대처 총리는 강력한 노조개혁과 민영화 등을 추진하는 뚝심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적지 않은 비난이 따르기도 했지만, 경제체질 개선에 성공함에 따라 영국은 80년대 후반기부터는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 이후 위기를 맞은 경우에 해당된다. IMF 위기로 인해 커다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지난해에 다시 1만달러대를 회복했다. 당 연구원에서 계산해 본 결과 2만달러 시대는 2012년경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매년 4.7%의 경제성장이 필요하고 원화가치는 매년 1%씩 높아져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또한 앞서 본 바대로 1만달러 달성 이후 급분출되는 복지 욕구, 노사대립 등이 원만히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지도자의 리더십과 일관된 개혁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성을 갖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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