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콜 금리 인하에 부쳐
7월 10일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두번째로 콜금리를 0.25% 인하, 이제 콜금리는 3.75%가 되었다. 이러한 적극적인 금리인하와 요란한 배경 설명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기만 하였다. 그것은 바로 현재의 콜금리 인하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 과연 무엇 때문에 시장은 콜금리 인하의 영향을 외면하고 있는 것인가?
통상적으로 금리인하는 투자와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기업과 가계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면, 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은 경제성장 과정 이후의 이른바 산업구조 조정 과정에 있다고 판단된다. 이미 성숙된 산업에 대한 새로운 성장을 기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리고 70-80년대처럼 미래의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신규산업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금리가 낮더라도 미래에 대한 투자를 주저할 수 밖에 없음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기업투자를 위한 각종 경기순환적 대책은 장기적으로 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으로도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 있다.
반면 경제규모 확대에 따라 소비가 경기순환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는 최근의 경기흐름의 분석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물론 카드 이용확대라는 특수 요인이 결합되었지만, 금번 경기변동의 주요인이 수출과 같은 대외변수보다는 소비였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결국 현재 경기회복의 초점은 소비가 얼마만큼 회복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그러면 이번의 금리인하가 소비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가? 통상 금리인하는 이른바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의하여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의 소비패턴은 이러한 가능성이 매우 적음을 보여준다. 최근 소비관련 지표는 매우 흥미로운 점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통상 소비를 '의,식,주'라는 단어로 표현할 만큼, 의식주는 바로 소비의 기본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최근 두드러진 동향은 '식'과 '주'는 하락세가 진정되고 있는데 비해서 '의'의 소비세는 계속 하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이른바 '명품'에 대한 소비는 증가세가 돌아서고 있다.
이처럼 기본적인 필수품에 대한 소비가 위축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가계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리고 이는 콜금리 인하로 인한 추가적인 부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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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재 우리의 문제는 미래에 대한 확신의 부족에 있다. 본인은 미국의 그린스펀이 추가적인 금리인하 정책을 실시한 것이 금리인하가 실제 경기회복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FRB가 준 메시지는 분명했다. 즉 FRB는 미국경제의 Deflation을 그대로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FRB는 소비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고자 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는 외면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재 소비의 문제가 금리보다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있다면, 한국은행의 정책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었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 한국은행은 자신이 경기하락의 든든한 받침대가 될 수 있다는 신뢰를 주었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자주 접하는 것은 한은 총재의 매달 달라지는 언사였고, 정책당국자 들의 산발적이고 자신 없는 정책 뿐이었다.
구조적으로 경제에서 소비와 가계가 차지하는 역할이 계속 확대되면 될수록, 정책당국자의 신뢰문제는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다. 정부 및 한은 등 정책당국자 들이 경제구조의 변화를 직시하고, 보다 전문적인 관점에서 대응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