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배당이 우량기업 잣대?
정부는 침체일로에 있는 경제를 살리고자 투자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했다. 그동안 분배에 치중하는 듯한 경제정책에서 성장 쪽으로 선회하는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어 일단 경제계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의 주요 내용 중 증권시장과 관련된 사항은 주식 등 실적배당상품 세제지원 확대, 증시수요기반 확충 그리고 자금조달의 장기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중 증시수요기반 확충을 위해 15일 배당우수기업 주가지수를 만들어 발표했고, 9월에는 지배구조지수도 개발해 내놓을 방침이다.
배당실적지수는 상장기업 중 배당실적이 좋은 기업 50개를 선정해 이를 대상으로 산정한 지수이다. 더 나아가 정부는 배당실적지수에 포함된 기업에 투자하는 간접투자상품의 개발도 유도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정부가 상장기업 중 배당우수기업을 투자유망종목으로 추천함으로써 주식수요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문제는 과연 배당우수기업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유망종목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따져 보기 전에 먼저 두 가지 사실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 첫째, 주식투자수익은 배당금과 자본이득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의 가치가 일정하게 주어져 있으면 배당수익과 자본이득수익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다시 말해 기업이 배당을 많이 하면 할수록 주식가격은 하락하여 자본이득수익은 낮아진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이 배당을 실시하면 주가가 배당금만큼 하락하는 배당락이라는 제도가 생겼다. 또 배당금에는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자본이득에는 세금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의 입장에서 배당을 많이 받는 것이 결코 달갑지 만은 않다.
둘째, 투자기회가 많은 성장기업은 결코 배당을 많이 지불할 수 없고 투자기회가 없는 기업은 배당지급여력이 높다. 기업이 이익을 재투자하여 얻는 수익률보다 이를 투자자에게 배당으로 지급하고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운용하여 얻는 수익률이 큰 경우에만 배당지급이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볼 때 투자기회가 많은 기업보다 투자기회가 없는 기업이 순이익을 배당으로 지급하기를 원한다. 투자기회가 많은 기업에 투자한 주식투자자들은 기업이 순이익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것보다 오히려 기업이 가지고 있는 좋은 투자기회에 투자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배당우수기업이 결코 바람직한 우수기업이라고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 배당정책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재무정책의 일환으로 기업이 처한 각자의 판단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의 배당정책에 정부가 간여하는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 지나친 규제일변도의 발상이다.
배당우수기업지수 발표는 투자자들의 판단에 혼란만 초래하고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는 제도다.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통한 경제 회복을 도모하면서 기업의 투자재원을 고갈시키는 고배당 유도는 정부정책의 상호모순만 노출시킬 뿐이다.
정부가 모처럼 팔을 걷어 부치고 내 놓는 경제대책에 배당우수기업지수가 옥에 티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이와 같이 조율되지 않고 불쑥 불쑥 발표되는 정부대책이 바로 지금 경제 침체의 참된 원인이 아닐까? 이를 바로 잡는 것이 2만불 소득 달성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