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절반의 성공'완성하는 길

[기고]'절반의 성공'완성하는 길

양원근 예금보험공사 이사
2003.07.21 12:16

[기고]'절반의 성공'완성하는 길

최근 중국의 금융자율화 계획을 입안하는 정부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한국 금융이야말로 연구대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즉 금융자율화와 개방, 금융위기 및 신용경색, 구조조정, 금융정상화 등 금융산업의 가능한 경험을 차례차례 겪었다는 것이다. 이제 막 자율화와 개방을 준비하는 중국에게 가장 적절한 생체실험으로 인식될 만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금융구조조정은 칭찬을 받는다.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관에 대해 자산부채 이전, 합병, 해외매각, 지분출자, 예금대지급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며 구조조정을 추진하였다. 이른바 구조조정의 칵테일 요법을 통하여 신속하게 금융정상화를 이루어냈다.

 

은행산업의 경우 1997년 기준으로 그 숫자가 33개에 달했으나 5개의 은행이 자산부채 이전 방식으로 문을 닫고 지주회사에 편입된 은행을 포함하여 14개 은행이 합병되었다. 약 60%의 은행간판이 사라졌거나 사라져 가고 있다. 이와 같이 활발한 은행합병의 결과 1997년과 비교하면 자산규모 1위 은행은 62조원에서 214조원으로 커졌고 4대 은행 평균자산은 56조원에서 136조원으로 약 2.4배 커졌다.

 

합병을 통한 대형화는 IT 기업화되고 있는 은행의 전산투자 능력을 높이고 위험분산 효과를 가져온다. 은행의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대출이다. 대출은 은행이 정보생산을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위험이 높다. 합병을 통하여 고객기반이 다양화되면 위험이 분산되기 때문에 자산대비 대출비중을 높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은 대출심사를 잘하고 대출에 따르는 위험을 관리하는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대출을 줄여 위험수준만 낮추거나 주식투자로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는 장기적으로 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꾀하기 어렵다.

 

구조조정 이후 은행의 비용은 줄고 규모는 커졌으며 누적된 부실채권은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대부분 해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 수익은 떨어지고 있으며 금융시장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신용카드부문 및 가계여신이 은행에 부담을 주고 있다. 카드회사는 과거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손꼽히는 위험관리 없는 양적 성장을 추구하였다. 도덕적 해이에 또다시 빠진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가계여신의 담보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 어찌될까 우려되기도 한다. 우리 금융을 배우고자 하는 중국 등 후발 개도국들에게 연구사례를 하나 더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규모를 키우거나 부실채권을 털어 내고 비용을 줄이는 것은 금융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위험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높여야 하고 위험은 숫자화 되어 철저하게 관리되어야한다. 또한 도덕적 해이의 방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두가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고 잘못되면 누군가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관행이 남아 있는 한 금융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없다.

 

위험관리, 심사기능 확충, 도덕적 해이의 방지 등 금융능력을 높이는 것이 그동안 이룩한 구조조정의 절반의 성공을 완성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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