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분양원가 공개'의 해법

[기고]'분양원가 공개'의 해법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
2003.09.29 08:05

[기고]'분양원가 공개'의 해법

최근 2∼3년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아파트 분양가는 기존 아파트값의 동반상승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건교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평당 978만4000원으로 지난해 연간 평균 분양가(822만9000원)에 비해 18.9% 올랐다. 서울지역 분양가는 99년 평당 631만5000원에서 불과 4년만에 55%가량 오른 셈이다. 대전과 인천지역 역시 올 상반기 분양가가 각각 484만5000원, 575만3000원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평균가격에 비해 각각 19.9%, 16.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소비자보호법 등에 근거, 주택건설업체에게 분양원가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열기에 편승한 시행사의 지나친 이윤추구로 신규아파트 분양가에 상당한 거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택건설업체는 택지가격이나 건자재 값의 상승, 고급마감재 사용 등을 들어 분양가 산정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또 분양원가가 소비자보호법상 공개 제외항목인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정책당국은 소비자단체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섣부른 분양원가 공개는 주택시장에서 공급 위축을 불러오고 주택가격을 앙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의 입장을 보면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분양원가에 대한 불신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보면 부동산시장의 열기와 풍부한 매수세가 높은 분양가의 아파트를 거뜬히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주택건설업체에 대한 원가공개 요구가 실천적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분양가 규제 또는 분양원가 공개를 의무화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과연 바람직한 방법일까. 분양가 문제는 단순히 주택업체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다. 전월세 등 임대보다 소유를 원하는 국민성, 공급물량은 한정돼 있는 반면 수요는 넘치는 분양시장의 현실, 복권식 청약제도, 주택보급률 등과 얽혀 있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만일 주택건설업체가 분양가를 지속적으로 높게 책정한다면 결국 정부의 간섭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소비자로부터도 외면 당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주택수요층의 구매력 위축이 곧바로 주택건설업체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진 게 불과 몇년 전이다.

소비자도 주택분양시장에서 수동적인 자세를 버려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 아파트에 대해서는 냉정한 선택으로 응답하는 이성적인 구매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인터넷과 같은 쌍방향 의사전달매체를 활용, 분명한 메시지를 주택건설업체에 전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책당국은 공정한 심판자(referee) 역할을 하면서 시장의 자율적 기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택시장은 이인삼각(二人三脚) 경기와도 같다. 시장 참여자가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결승점에 도달하기 전에 함께 넘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의 신뢰감을 회복하고 제고할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것이 분양원가 문제를 푸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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