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동산거래 투명화 조건'

[기고]'부동산거래 투명화 조건'

류윤호 건교부 토지국장
2003.10.06 08:02

[기고]'부동산거래 투명화 조건'

지난 9월26일 건설교통부는 부동산중개업자에게 실거래가격으로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계약내용을 시·군·구에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또 2005년부터는 전국 248곳의 땅과 집에 대한 실거래가 자료가 구축돼 과표가 실거래가로 일원화된다. 이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거래관행을 일시에 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부동산 거래관행은 매매당사자가 중개업소에서는 실거래가격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만 취득세와 등록세 그리고 양도소득세와 같은 거래관련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실거래가격보다 낮게 작성한 다운계약서로 검인신청을 해왔다. 시군구청에서도 신고금액에 대한 확인절차 없이 검인을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또 취득세와 등록세는 신고가격(실거래가격)과 행정자치부 시가표준액을 비교해 큰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양도소득세의 경우에는 기준시가(투기지역의 경우에는 실거래가격)를 기준으로 과세하고 있다. 이렇게 과세표준이 서로 다른 현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탈세라는 의식 없이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이중계약서를 작성해 왔다. 이런 불법에 대해 별다른 처벌 규정도 없었다.

이러한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과세의 형평성을 저해하고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요인이 되어 왔다. 한달만에 수억원이 올라도 과표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투기적인 수익을 환수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의 폐해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부동산거래의 첫단추인 중개업소를 통해 실거래가격을 확보하고, 신고금액이 계약금액과 같은지를 실질적으로 심사할 수 있도록 계약서 검인제도를 개선하고,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되 일반 서민들의 세금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과세제도를 보완하면 부동산거래를 투명하게 바꿀 수 있다.

아울러 중개업소를 통하지 않는 개인간의 직거래 역시 법망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부동산을 취득할 때는 낮은 금액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취득세와 등록세를 줄일 수 있겠지만 과세표준이 실거래가로 일원화되면 부동산을 팔 때 양도차익(매도금액 - 매수금액)이 커지게 되어 양도소득세를 많이 내게 되므로 결과적으로는 손해가 된다. 또한 검인신청시에 신고금액이 사실과 같은지를 심사하게 되고 과세당국에서 세금을 부과할 때 정밀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의 공급이 늘어나고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한 공평 과세가 이뤄지면 투기수요가 억제돼 부동산 가격은 훨씬 안정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안정은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부동산의 효율적인 이용을 가능케 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제도의 실효성이다.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중개업자에게 중벌을 내리고 거래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주어도 이들 이해 당사자의 자발적인 협조 없이는 제도 정착이 쉽지 않다. 때문에 중개업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과세당국에서는 실거래가와 기준시가나 공시지가와의 차이에 따른 관련세율 조정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해 중개업자나 매매당사자가 현재보다 부당한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해야한다.

물론 제도 시행초기에는 세금과 관련하여 혼선이 일어날 수 있고 불편도 따를 것이다. 그러나 제도의 성공적인 시행은 결과적으로는 선량한 대다수 국민들의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를 위한 정부와 국민 모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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