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시중은행의 부침을 보며

[기고]시중은행의 부침을 보며

양만기 투신협회 회장
2003.10.09 21:20

[기고]시중은행의 부침을 보며

얼마전 외환은행이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Lone Star)에 매각됐다. 이로써 한국의 유수 시중은행들이 IMF환란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부분 인수ㆍ합병돼 사라졌고, 민영화가 진행 중인 국책은행 몇 개 그리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 후발은행만이 남았다.

자원의 조달과 분배 등을 통하여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던 상업금융기관들이 어찌하다 이리 되었는지 아쉬움이 크다. 특히 수출주도형 경제성장과정에서 국내은행들은 무역거래의 급속한 팽창과 더불어 우수한 직원과 방대한 자금으로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 영업해 왔는데, 이들 은행들이 금융국제화에 선도적 역할을 얼마나 했는지, 해외현지법인들은 정착에 얼마나 성공했는지, 왜 급기야 부실덩어리가 됐는지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혹시 수익성을 도외시한 확장정책은 없었는지, 대출금회수가능성 여부를 염두에 두지 않은 무모한 영업은 없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성찰해 봐야한다.

돌이켜 보면 이런 은행들에 공적 자금이 투입되었으면서도 엄정한 자기분석과 책임에 관한 자성의 목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1997년 홍콩에는 한국계 금융기관이 80여 개나 있었다. 이들은 모두 국제화를 표방하여 나갔는데 상당한 자원을 낭비하여 홍콩의 아파트값, 골프장 회원권 값이 올랐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후 제 밥벌이를 못한 금융회사들은 철수하고 현재는 31개가 남아있다. 그럼에도 해외 주요 거점도시라고 나가서 흥청망청 낭비해 버린 외화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백서하나가 없다. 이러다 보니 국민의 돈이 금융기관에 무한정 들어가다시피 했고, 이제라도 혹독한 검토가 없다면 과거의 전례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미 몇몇 금융기관들은 합병이다 지주회사다 하면서 또다시 1997년 전후 상황과 마찬가지로 확장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는 산업생산을 주축으로 하는 부분과 소비하는 부분으로 나뉜다. 금융은 이 두 부분을 고루 지원해야 하는데, 1997년 환란이후 소비자금융에 치중하다 보니 또 다시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가경제가 소비자금융만으로는 지탱해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한데도 불구하고 기업금융과 설비금융은 누가 담당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언급이 없다. 외국의 금융기관들이 한국의 기업금융과 설비금융을 지원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지나 않은지. 또한 한번 환란을 겪으면서 장기설비금융과 무관했던 가계금융위주의 은행이 최우수 은행이 되고, 초대형은행이 된다는 것은 우리 금융사 발전에서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IMF구제금융이후 가장 큰 구조조정을 겪었다는 금융권이지만 지금도 전국에는 지점이 도처에 있고, 지점마다 젊은 직원들이 수십 명씩 그득하고, 이 사람들이 주5일 근무를 솔선하여 선도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은행지점의 일부는 토요일은 물론 일요일까지 영업을 하고 국제은행들은 주야가 없는데, 현하의 근무자세가 과연 우리나라 은행의 국제경쟁력을 보충해 줄지 의문이다.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 보건대 지금은 자기반성과 함께 내실을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섣불리 외형위주로 치닫다 보면 위험관리도 방만해 져서 역사가 되풀이 되는 사태가 재현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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