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Sell Asia=Sell U.S.A,"
세계 금융시장이 중국의 힘에 이끌려가는 것 같다. '차이나 쇼크'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이나 모멘텀'으로 각국 증시가 오르더니, 뉴욕 월가에서는 중국 관련 보고서가 유행처럼 쏟아지며 '차이나 붐'을 이룬다.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면,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 중국이 우뚝설 지 모르겠다. 한 투자 전략가는 "이번 세계 증시 랠리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었다"며 "차이나 모멘텀의 수준에 따라 국내 증시의 적정 가격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20일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의 종가는 각각 769.45(-2.25p, 0.28%), 45.97(-0.12p, 0.25%)이다. 차이나 모멘텀이 식은 것일까. 내년 중국 경기의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외국인이 아시아 3국에서 일제히 순매도한 것은 부담이다. 단기적으로는 '60일선(760)~20일선'의 박스권이 예상된다.
다시 곱씹는 스티븐 로치
지난 3일 국 당국이 경기 과열 진정에 나서 내년 초 경제가 둔화되면서 아시아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 스티븐 로치의 경고가 새삼 새로운 것은 비슷한 시기부터 외국인의 아시아 증시 순매도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로치는 당시 일본, 중국 등을 방문한 후 작성한 보고서에서 중국 일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철강 시멘트 건자재 등의 가격이 상승하자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불준비금 인상 형태로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이 9월말부터 은행 지준율을 6%에서 7%로 높인 것은 은행 대출 붐이 부동산 버블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인데, 대출은 주로 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고 은행 무수익 여신 문제를 악화시킬 여지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외국인, 서울서 사흘째 매도 우위
사흘간의 외국인 매도 규모는 4월21일~4월28일(-5243억원) 이후 가장 많다. 연속 순매도 일수(3거래일)는 5월20일~5월22일(3거래일) 이후 최다 기간이다. 주가가 급조정을 보인 9월 말에도 길어야 이틀연속 매도한 것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올들어 순매수한 규모(코스닥 포함 13조3034억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래서 '셀 코리아(Sell Korea)'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매수세 둔화는 점칠 수 있다. 미국 S&P500지수에서 정보기술(IT) 섹터도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고평가 영역에 유일하게 진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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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매도 업종 및 종목
이날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은삼성전자(-521억), LG카드(-266억), 국민은행(-220억), LG투자증권(-79억), LG화학(-72억), LG(-60억), 하나은행(-51억), 현대차(-46억), 우리금융(-42억), LG석유화학(-37억), 조흥은행(-36억), 삼성전자1우(-35억), 한진해운(-32억), 금강고려(-31억), 풍산(-29억), 현대모비스(-29억), 호남석유(-25억), KT&G(-22억), 삼성물산(-22억), SK텔레콤(-21억) 등이다.
업종별로는 금융(-666억), 제조(-666억), 전기전자(-480억), 운수장비(-102억), 화학(-86억) 등이다. 반면 경기방어 업종인 전기가스(+101억) 업종은 순매수했다.
"Sell Asia"
11월 들어 순매도가 진행된 대만과 일본에서도 외국인들의 순매도는 이어졌다. 일본 증시에서 외국인 매매 추이는 1주일에 한차례 발표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가 안나오지만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날도 매도 우위였다고 다우존스 뉴스는 전했다.
대만 증시에서도 순매도를 이어갔다. 다우존스 뉴스는 현지 애널리스들의 말을 빌러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수 영향력이 큰 기술주에서 이익 실현에 나서며 뉴욕 증시 상승에도 불구 가권 지수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일 증시는 200일선까지 각오해야
외국인의 매도로 추가 조정을 각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우존스 뉴스에 따르면 츄오 증권의 오케야 마사츄구 상무는 "닛케이 평균 주가의 조정은 끝나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뉴욕 증시의 방향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만 닛케이 평균 주가가 200일 이동평균선(9252.45) 아래로 밀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날 닛케이 평균 주가는 251.10엔(2.61%) 오른 9865.70을 기록했다. 하루전 저가는 9614.60이다. 따라서 현 시세에서 추가 조정 가능 폭은 6.23% 정도이다. 그는 "수급 상황이 여전히 비우호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최근 계속된 외국인의 매도세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Sell U.S.A"
지난 9월 세계 증시 급조정은 '환율·유가 쇼크'에 한편 중국의 미 국채 매각으로 야기됐다는 것이 일각의 추측이다. 달러 약세가 뻔한 상황에서 미국에 자금을 넣어 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위안화 절상 압력에 반기를 들었고 대안으로 미국의 국채를 대거 매각해 금리 급상승을 유도하며 뉴욕 금융시장을 불안케 했다는 추측도 있었다.
이번에는 '환율 전쟁'이 아니라 '무역 전쟁'의 일환에서 중국의 미 국채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9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심화되면서 중국 정부가 미 국채를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얄 뱅크 오브 캐나다(RBC)의 자료를 인용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실제 지난 9월 미 국채 보유액을 전달보다 18억 달러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미 국채 3조5000억 달러 가운데 외국 중앙은행 등을 포함한 해외 투자자들의 보유 비중은 40%(1조4000억 달러)에 달해 중국이 미 국채를 대거 매각할 경우, 국채 시장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비자금 스캔들, 뮤추얼펀드 스캔들
9월 조정과 다른 점은 스캔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는 점이다. 미 뮤추얼펀드의 부정적 관행으로 월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고 국내에서는 비자금 스캔들이 투자심리에 먹구름을 던지고 있다.
US방코프파이퍼제프리의 펀더멘털 전략가인 브라이언 벨스키는 "투자자들이 조정 때 매수하려는 심리가 있으나 단기적으로 증시가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펀드 매니저들은 현 주가 수준에서 추가로 주식을 매수하기 보다 이익을 남기려는 욕구가 더 강하다"고 지적했다.
PNC어드바이저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제프 클레인탑은 "S&P500지수가 1050선에서 좁은 박스권을 이어갈 것"이라며 "뮤추얼펀드 스캔들이 끝나고 경제의 확고한 회복이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분기까지 증시에서 특별한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비관했다.
고객예탁금은 증가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고객예탁금은 지난 19일 기준 전날보다 1285억원 증가한 10조9206억원으로 집계됐다. 위탁자미수금도 사흘째 늘어 전날보다 688억원 증가한 755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3일 10조원대를 회복했던 예탁금은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며 지난 사흘동안은 무려 7801억원 만큼 늘었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6월24일 11조1253억원을 기록하며 11조원대를 회복했지만 하루만에 다시 10조원대로 내려서며 지난 5개월간 8조원~10조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