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동네북, 북어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들

[기고]동네북, 북어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들

이상빈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2003.12.02 18:09

[기고]동네북, 북어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들

북어와 마누라는 사흘에 한번씩 패주어야 부드러워진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5년마다 한번씩 정치자금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점에서 북어와 별로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를 이 만큼이나마 지탱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기업들이 하고 있지만 이에 상응한 대접을 받기는 커녕 기업들은 정치권 및 시민단체들로부터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왜 우리나라 기업들이 동네북 내지는 북어신세가 되어야 하는지? 기업을 이렇게 대접하고도 국민소득 2만불이 가능한지?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이 시대의 화두다.

개발독재 시대에는 경제성장을 단시일에 이루기 위해 정경유착 및 특혜대출이 불가피하게 이루어져 그로 인해 기업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지리적인 국경만 존재할 정도로 세계화가 진행된 오늘날 기업들이 정경유착을 통해 성장할 수 없고 또 은행의 대출도 특혜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생사를 건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밖에 없다.

80년대 기업들은 불량한 재무구조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은 재무구조가 견실해져 무부채를 선언하는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에 기업들이 이와 같은 변화와 진보를 이룩할 동안 우리나라 어느 분야도 이와 필적할 업적을 이루지 못하였다. 군부독재가 무너지고 문민정부가 들어서기만 하면 나라가 평안해진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정치가들이 몸담고 있는 정치권은 더 부패해졌고 우리나라 대학들도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특혜를 받기 위해 정치자금을 제공하기보다 정치권에서 날아오는 돌을 맞지 않기 위해 정치자금을 줄 수밖에 없다. 정치자금 때문에 분식회계를 할 수 밖에 없고 이러한 것들이 어우러져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형성하고 있다. 삼류정치가 일류로 도약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세력의 영향권에서 기업들이 벗어나야 기업들이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으로서 제 몫을 다 할 수 있다.

기업들이 정치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직접 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현 한국의 여건 상 기업들이 정치권의 요구를 거부할 수는 없다. 국부 및 고용을 창출하는 보루로서 남아 있어야 할 기업들이 불법정치자금의 요구에 시달린다면 국가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포항제철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포항제철이 외압에 시달리지 않도록 박 대통령이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이를 차단해 주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아시아 1000대 기업에 67개의 한국 기업이 포함돼 있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중국 기업은 35개가 포함되었지만 35개 기업의 전체매출액은 67개 한국기업의 전체매출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러한 중국기업들의 약진을 볼 때 자연보호 또는 투자자 보호 못지않게 기업보호를 우리가 적극 추진하지 않으면 중국이 우리의 대국으로 다시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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