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美 금리 못올리는 이유
지난 2년간 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은 경기부진을 최소화하기 위해 앞다퉈 금리를 낮춰왔다. 그러나 올 3분기 미국 경제가 8.2%의 고성장을 기록하는 등 세계 경제가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면서 이제 금리인상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호주 중앙은행은 3일 올들어 두번째로 금리를 인상했다. 호주 중앙은행은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세계 경제회복에 따른 경기개선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지난달 영란은행도 금리인상을 단행, 이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조치가 주목된다.
3분기 성장률은 물론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크게 개선됨에 따라 FRB가 조만간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그러나 과거 FRB의 행보를 보면 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여러 차례 경기에 대한 확인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당장에 금리를 인상할 것 같지 않다. 과거 경기 저점 이후 처음 금리를 인상했던 예를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70년 이후 네번의 전환점 때 최초 금리 인상은 경기저점후 25개월이 지나서 였다. 이번에도 가까운 시간내에 금리를 올리지는 못할 것이다
3분기 높은 성장률이 미래의 소비를 앞당긴데 기인했다는 견해와 부양책의 효과가 사라진 이후에도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FRB는 현재의 불균형적인 성장이 해소되고,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기전까지 신중을 기할 것이다. 올초 미국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을 때 많이 거론됐던 것이 1995년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 실패 사례였다. FRB가 이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성급한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다.
부채 버블 가능성도 금리 인상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개인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22%까지 상승했다. 그동안은 부채 총량이 증가했음에도 이자 부담이 변함 없었다. 2003년 2/4분기 현재 미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에서 이자부담이 차지하는 비중은 13.3%로 10분기 연속 13%대를 유지한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금리 하락이 촉발했다. 2000년초 6.0%대였던 시장 금리가 올해 3.5%대까지 떨어지면서 부채 증가의 부담을 흡수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어떻게 될까. 부채를 갑자기 줄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자부담 증가로 나타날 것이다. 이 경우 일차적으로는 소비 감소가 나타나고, 최악의 경우 신용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 FRB 입장에서 이런 모험을 감행할 이유가 없다.
정책 변수도 금리 인상과 거리가 멀다. FRB가 금리를 변경시킬 때 고려하는 핵심 변수는 물가와 실업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는데, 지금이 디플레이션 기간임을 고려하면 당분간 물가가 문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실업률은 여전히 6%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상을 놓고 볼 때 FRB는 당분간 저금리 속에 안정적인 통화 공급을 통해 성장을 유지하는 전략을 사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