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기저점론을 보는 시각
재정경제부는 10월 산업활동동향 분석결과를 발표하면서 경기가 3분기에 저점을 지나 회복국면에 있다고 발표하였다. 재정경제부는 이러한 분석의 근거로서 생산-재고순환지표와 경기지수의 호조가 지속되고 있으며, 소비부진은 완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경기선행지수가 5개월 연속 상승하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통상적으로 경기선행지수가 3~5개월 선행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3분기에 경기저점을 지나 회복국면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통계청에서 경기저점과 정점을 판단하였음을 감안할 때, 이번 재정경제부의 경기저점 발표는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 실제로 경기의 상황을 판단을 하는 통계청은 경기의 저점과 정점을 현재 시점에서는 판단하지 않는다. 최근에야 통계청은 1998년 8월을 제 7순환기의 경기저점으로 확정하였으며, 2000년 8월을 경기정점으로 잠정적으로 설정했다. 경기의 정점 또는 저점여부의 판단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점을 의미한다. 재경부의 다소 이례적인 발표는 경기저점을 설정하여 발표해야 할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만약 재경부의 경기저점론이 맞다면 기술적으로 한국경제는 무려 3년간의 경기하강기를 겪었다. 지난 1972년 이후 7번의 경기하강기의 평균기간 19개월과 비교할 때 매우 긴 하강기간을 보인 것이다. 또한 하강기간 중에 가장 길었던 제6순환기의 하강기간(즉, 1996년 3월을 정점으로 하여 IMF외환위기를 걸친 1998년 8월까지의 기간) 29개월보다 훨씬 더 긴 하강기간을 기록하게 된다.
지난 3년여의 기간동안 이번처럼 명시적이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경기저점론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과거 자료들을 보면 이미 2001년에 경기가 저점을 통과했다는 주장이 있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금년 1분기 또는 2분기가 저점이었다는 주장도 많이 있었다. 이번의 경기저점론을 믿어야 할까?
단기적으로 볼 때 재경부의 경기저점론은 다소 설득력이 있다. 사실 금년 상반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한국경제를 압박하였다. 이라크사태나 북핵사태, 그리고 참여정부의 출범 등 불확실성이 극대화되었던 시기였다. 금년 하반기에는 경제외적인 불확실성이 다소 감소하였다. 또한 미국경제를 비롯한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경제가 어느 정도의 회복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문제는 회복의 시기가 아니라 어느 강도로 회복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결국 지금의 경기회복은 수출이 주도하고 있지만 한국경제가 근본적으로 회복국면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수출의 증가가 투자증대, 일자리 증대, 소득증대로 연결되는 선순환국면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수출증대가 투자증대로 연결되는 힘은 매우 약화되었다.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서의 투자는 증가시키고 있지만 국내투자를 늘리는 데는 매우 인색하다. 수출증대의 후방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자리창출이 동반되지 않는 수출증대는 지금과 같이 신용불량자가 400만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경기회복의 강도가 미약할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경제가 지금 경기저점을 통과하고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IMF이후의 경기회복은 지난 경제개발과정에서 한국경제가 창출한 경쟁력을 활용한 경우이다. 이번에 경기가 회복된다면 이번에도 그 경쟁력을 또한번 활용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 경쟁력은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한계점에 봉착했으며, 외부적으로도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제는 지난 한국경제의 경쟁력과는 다른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내야 하는 시기이다. 만약 새로운 경쟁력 창출에 실패한다면 지금과 같은 최악의 경기상황조차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기호황기로 판단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