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비차익매수 外人 실체는?
시장 분위기를 바꾼 것은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증권 창구를 중심으로 유입된 비차익매수(선물과 연계되지 않은 프로그램 대량매수)이다. 오전 10시36분 비차익매매가 '매도우위'에서 '매수우위'로 바뀐 시간을 전후, 종합주가지수는 780선을 회복했고 이후 '주욱' 상승했다.
나스닥 지수 급락과 트리플위칭데이를 앞두고 폭락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던 투자자들은 주가 낙폭이 되레 줄어가는 '이변'을 보면서 추격 매수의 자신감을 갖었다. 개인은 1882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10일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의 종가는 각각 794.64(+7.29p, 0.93%), 46.62(-0.26p, 0.54%)이다.
시황 전문가들 사이에서 관심의 표적이 된 비차익 순매수 규모는 6월12일(+3202억원) 이후 가장 많다. 비차익매수도 '탐욕'과 '절망'의 이중성에서 언제든 시장에 매물화될 잠재 악재지만 장중에 시초가 갭(780선)을 곧바로 만회해, 단기적으로 비관론자의 입지가 다소 버겁게 됐다.
CSFB증권 창구 이용한 외인 정체는?
비차익거래 외인 세력과 관련 유력한 설은 해외 '인덱스 펀드'이다.삼성전자, 한국전력, SK텔레콤, 삼성SDI, KT, 대림산업, 현대차, 신한지주, 삼성화재, 삼성증권, LG전자 등 코스피200 인덱스를 구성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매수 창구로 CSFB증권 창구가 대거 올랐기 때문이다.
업계 투신권 관계자는 "이정도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곳으로 자산 규모가 큰 인덱스 펀드나 글로벌 펀드를 꼽을 수 있다"며 "중장기 시각을 논외로 하고 오늘 거래만 놓고 본다면 인덱스펀드의 유입이 국내 증시에 나쁠 것이 없다"고 말한다.
파생상품과 연관된 세력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증시가 하락하고 해외 반도체주가 급락하는 상황이었다. 왜 오늘이었겠는가. 이는 하루 뒤 예정된 선물 만기일과 연결되지 않을 수 없게 한다"고 예상했다.
현물 시장을 끌어 올려 선물 만기 충격을 최소화 함으로써 기존에 선물에서 갖고 있던 롱 포지션의 이익을 극대화 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기 세력이라는 추론은 이날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1503억)를 감안할 때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제했다. 나스닥 지수와 일본 증시 등 해외 여건이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수천억원을 치고 빠지기는 위험이 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대만증시가 일본증시의 하락으로 이들 국가에 투자된 자금이 유입된 게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그는 대만 증시가 지진으로 급락한 것과 삼성전자의 상승반전 시간이 비슷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 외에 엔화 강세에도 약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 추이 때문에 환 차익을 겨냥한 자금이라는 분석 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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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 부담 경감
이날 비차익매수가 없었다면 시장의 단연 화제는 3500억원 이상 출회된 차익매도에 모아졌을 것이다. 트리플위칭데이를 하루 앞두고 1조6000여억원의 매수차익잔고 가운데 3500억원 가량이 청산된 것으로, 만기 부담은 경감됐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일본 증시가 급락하고 대만 주가도 지진 등의 여파로 조정받았다"며 "만기를 하루 앞두고 비차익매수가 대거 유입된 것은 뭔가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위원은 선물매수포지션이 2만2000계약(9일 기준)에 달하는 상황에서 주가급락으로 인한 손실 방어전략, 선물포지션을 주식으로 갈아탔을 가능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오늘 잔고가 비차익매수로 충격없이 해소된 만큼 만기일이나 만기 이후 충격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날 청산된 잔고는 내일에도 매수로 재유입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오늘 상황만 놓고 보면 비차익 매수의 유입은 국내 시장에 긍정적"이라며 "여러 가설들이 있지만 가장 간략하게 본다면 이날 비차익매수는 외국인이 인덱스펀드 등을 통해 한국 시장에 베팅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팀장은 "지금 주가 수준보다 증시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 유동성은 노란불이 들어왔으나 빨간불까지 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초까지 글로벌 유동성은 우호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지금의 유동성이 가라 앉으려면 금리가 크게 떠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