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6년전이나 지금이나
자금 부족에 몰린 LG카드가 채권 은행들에게 만기도래 채권의 연장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머니투데이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보도됨으로써 LG카드 사태가 세상에 알려지기 2주전쯤인 11월 3일 머니투데이는 1면과 3면에 2차 카드위기의 가능성을 경고하는 기사를 실었다. 대환대출을 포함한 카드사들의 실질 연체율이 30%에 이르고 카드채 거래가 중단되는 등 카드사들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지고 있어 카드사나 감독당국이 시장의 불안감을 제때 해소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카드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가 나간 후 기사를 직접 쓴 기자나 담당 데스크는 이곳저곳에서 많은 원망을 들었다. 카드사로부터는 머니투데이가 위기를 조장하고 있으며 카드위기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전적으로 머니투데이의 책임이라는 소리가 잇달았다. 실제로 재벌 계열의 한 카드사 사장은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LG카드 사태는 한 언론사의 2차 카드위기 발발 가능성 보도 때문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감독당국도 카드사 위기를 경고한 기사에 대해 원망하는 걸 잊지 않았다. 일부 감독당국자는 LG카드의 채권 은행들에 대한 채권 만기연장 요청 등으로 위기가 밖으로 드러나기 3∼4일전까지도 카드 위기관련 보도가 사실을 과장했다며 해명성 기사를 실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감사원이 10일부터 카드사태에 대해 특별감사에 나서면서 책임소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번 기회에 금융당국의 정책실패와 감독실패를 분명이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자신들은 금융감독 기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카드 위기와는 애초부터 무관하다고 항변한다.
금감위는 신용카드 위기는 재경부가 카드업법과 할부금융업법을 여신전문금융업법으로 통합해 카드사에 대출업무를 허용하고 은행권으로부터 차입한도를 완전 없앴기 때문에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재경부와 금감위는 2000년말 신용불량자 수가 200만명을 넘어서자 카드사들의 길거리 회원모집 규제를 추진했지만 규제개혁위가 미적거리는 통에 사태가 악화됐다는 대목에선 의견을 같이한다.
물론 카드위기를 금융당국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대란의 한 축인 카드사, 특히 카드업계의 양대 축인 LG와 삼성카드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LG카드와 삼성카드의 사운을 건 1위경쟁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점은 카드업계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올들어 자본확충과 유상증자가 추진되는 과정에서도 주식처분에 나섰던 LG카드 오너 일가들이 보여준 대주주로서의 도덕적 해이는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모르겠다.
1997년 12월 IMF 구제금융 이후 6년이 지났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나 실업문제 등 우리 경제의 실질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주요 경제지표가 나아진 게 없다는 것 보다 위기에 대한 처방과 대응이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이다. 관료도 재벌도 외환위기 때나 지금이나 매 한가지다. 그렇다면 위기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