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LG카드 위기가 주는 교훈
금융은 위험관리산업이다. 그것은 다른 어떤 산업과도 구분되는 금융고유의 속성이다. 성장욕구가 앞서가는 제조업에서는 도전, 모험이라는 가치가 숭배되고 위험관리는 경영가치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제조업의 모험이 있기에 경제성장도 있지만 금융은 언제나 그러한 산업의 확장욕구를 견제하는 시어머니로 남아있어야 한다. 그런 균형이 무너지면 닥쳐오는 것이 위기다.
2003년 신용카드사 위기는 경기회복의 돌파구를 내수회복에서 찾으려는 우호적 정책분위기 속에서 재벌계 전업카드사인 LG카드와 삼성카드간의 자존심을 건 1위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두 회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길거리 카드 모집, 현금서비스 한도, 무이자할부 확대 등으로 소비자를 유혹, 경쟁적으로 몸집부풀리기에 나서고, 은행계, 백화점계 카드사까지 동참하여 삽시간에 카드발급매수만 1억장에 이르는 플라스틱 공화국이 돼버렸다. 소매금융이 단기간에 그토록 늘어나는 것을 방치한 당국도 문제지만 카드사 내부적으로도 위험관리가 전혀 안됐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물론 카드사들이 위험관리의 ABC를 몰라서 최악의 상황이 온 것은 아닐 것이다. 비록 그것을 알았다고 해도 공격영업과 업계 1위를 앞세운 최고경영자의 방침에 맞서 `잘릴 위험'을 무릅쓰고 `안됩니다. 위험합니다'라고 말할 `간 큰 사람'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그런 직언을 하는 임직원이 있었다고 해도 당시 최고경영자는 귀담아 듣지 않았을 것이다. 공격경영,1등 등의 구호가 추구해야할 가치로 높이 평가되는 산업계의 경영분위기가 그대로 금융의 경영에 관철된 것이다.
LG카드만 해도 카드사 중에서 카드영업 가장 잘했고, 시스템 또한 매우 잘돼 있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딱 한가지, 재무관리의 실패 때문에 LG카드 비운 주인공이 됐다. 물론 LG카드만의 잘못으로 돌리기 힘들지만 2003년 카드위기는 금융은 금융의 손에 있어야지 재벌의 손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금융만큼이나 실수가 많이 생기는 과정도 드물다. 투자라는 것도 기본적으로 신의 영역인 미래와의 싸움이고 아무리 이리보고 저리봐도 빌려가는 사람의 신용도를 100% 알수 없다. 게다가 금융에서는 도덕적 해이와 레버리지, 전염효과가 매우 강하다. 돈을 빌린 사람은 어떻게든 안갚는 쪽으로 머리가 굴러가는 법이다. 거기다 투자 잘못해서 말아먹으면 자기만 엎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 친구 심지어 금융기관까지 골병들게 만든다. 철썩같이 믿었던 은행에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하면 너도 가도 은행앞에 가서 줄선다.
금융산업은 그런 것을 업보처럼 안고가는 유리그릇과도 같은 산업이다. 특히 대출과 같은 부채성 금융자산이 단기간에 급증하는 것은 언제나 위기의 신호가 돼왔다. 투자와 달리 대출은 상대방을 믿는 대신 위험프리미엄을 적게 받는 거래다. 우선 조달비용은 낮지만 대신 한번 신뢰가 깨지면 그 파장은 재앙급이다. 이번 카드사태를 맞고서도 이러한 교훈을 항상 품고 있지 않는다면 위기는 항상 가까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