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관제 '대항마'로는 안된다

[광화문]관제 '대항마'로는 안된다

박종면 부국장겸 금융부장
2004.01.25 17:02

[광화문]관제 '대항마'로는 안된다

재경부와 금감위가 제일 한미은행에 이어 외환은행까지 미국계 투자펀드에 판 건 지난해 10월이었다. 단기차익 실현에만 관심이 있는 국제투기자본에 은행을 파는 것은 잘못이고, 은행법상의 투자적격성 심사를 제대로 하지않았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묵살됐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데 이어 미국의 푸르덴샬그룹은 현투증권을 인수했다. 더욱이 소브린자산운용은 겨우 1600억원을 투자해 총자산 46조원인 SK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주) 사냥에 나섰다.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외국인 손으로 속속 넘어가자 `우리 돈으로 우리 기업을 지키자'는 논의가 자연스럽게 일어났고 `토종 금융자본을 육성하자'는 `대항마' 논리가 급부상했다.

 

`대항마'가 주목받자 재경부는 발 빠르게 지난해 12월 국내 사모주식펀드(PEF)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은행도 국내 은행산업에 대한 외국자본 점유율이 30%를 넘어 아시아 국가중 가장 높고, 남미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대항마'는 외환위기 당시 외자유치의 전도사 역할을 했던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이 2조~3조원의 펀드를 조성해 매각이 추진중인 우리금융그룹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하고, 정부와 채권단이 LG카드 매각에서 외국계를 배제키로 함으로써 좀더 구체화됐다.

 

그러나 한계도 함께 드러났다. LG카드 처리와 관련 정부와 채권단은 뉴브리지캐피탈 등 외국계를 배제하고 채권단 내에서 인수자를 찾아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자칫 정부소유인 산업은행이 LG카드의 부실을 모두 떠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른바 `이헌재 펀드'의 미래도 낙관하기 어렵다. 전직 관료출신의 명망가를 보고 토종 금융자본을 키우자는 애국심 하나로 2조~3조원의 자금을 맡길 기관이나 개인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더욱이 국내 자본시장은 온갖 규제로 얽혀있어 연기금 등이 참여하는 데 제약이 많다.

 

`이헌재 펀드'가 설령 2조~3조원의 돈을 모아 우리금융을 인수한다 해도 론스타나 칼라일 , 골드만삭스처럼 단기수익 실현과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지 않고 시장안정을 명분으로 LG카드 같은 부실기업에 대해 발벗고 나서 지원할 경우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목표 수익률을 채워줄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금융업, 특히 결제수단을 갖는 은행업은 국방이나 치안에 견줄 만큼 중요하다. 토종 금융자본을 키우고 국내 은행을 더 이상 외국자본에 팔아 넘기지 말자는 `대항마' 논리는 그래서 의미가 적지않다.

 

그러나 애국심에 호소하는 이벤트성 `대항마', 관제의 냄새가 짙게 풍기는 `대항마'로는 안된다. 글로벌 시대에 맞고, 돈의 생리에도 충실한 토종 `대항마'가 나와야 한다. 또 토종 `대항마'는 크지 않아도 좋다. 수조원의 돈이 드는 우리금융이나 LG카드가 아니라 중소형 투신사, 증권사 하나라도 인수해 경영에 성공하고 투자가들에게는 충분한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선례를 남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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