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외인 주식자금 빠질까봐 겁난다고?

[광화문]외인 주식자금 빠질까봐 겁난다고?

강호병 부장/이코노미스트
2004.02.04 19:54

[광화문]외인 주식자금 빠질까봐 겁난다고?

대규모로 들어와 있는 외국인주식투자자금이 어느날 갑자기 한꺼번에 빠진다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비중이 40%를 넘기면서 누구나 한번쯤 이런 공상을 해봤을 것이다. 그들이 누군지, 그리고 무슨 생각으로 한국에 투자를 했는지 그 실체까지 선명하게 잡히기 않으니 그런 공상이 공포로 다가올만 하다. 공시 등을 통해 언뜻언뜻 비쳐지는 외국인의 투자성향도 가지각색이고, 그들 모두가 무균질 인간들도 아니다.

4일 현재 거래소 시가총액 369조원중 42%인 155조원이 외국인의 손아귀에 있다. 이중 몇십조원만 순식간에 빠져도 상상하기 싫은 메가톤급 위기가 올 것이다. 주가는 폭락하고 환율은 급등할 것이며 금리까지 덩달아 뛰어올라 고통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날벼락 걱정은 안해도 된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국가적 위험이나 한국기업 자체의 위험을 알고 ‘투자’하고 있다는데 주목해야한다. 그래서 비록 예상치 못한 강한 충격이 와도 주식자금은 외채 등 다른 자금에 비해 파괴적 요소가 덜하다. 97년말 외환위기상황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20%가 채 못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험상 위기는 빚(채무, 부채)에서 발생했지 주식자금에서 발생하지는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무수히 발생한 외채위기, 외환위기도 항상 자기실력이나 분에 맞지 않게 단기악성자금을 무분별하게 ‘빌려’온 것이 화근이었다.

빚이 ‘도자기’와 같은 자금이라면 주식자금은 ‘오뚝이’와 같은 자금이다. 빚은 평상시에는 영원히 거래가 지속될 것처럼 단단해 보이나 큰 위기가 닥치면 산산히 깨진다. 채권(bond)이나 대출은 신용도를 반영한 위험프리미엄을 많이 받기보다 신뢰의 바탕위에서 오래도록 그 관계를 유지하는데 그 중점을 둔다. 차입자 입장에서는 값싸게 돈을 빌리는 수단이 되지만 대신 한번 신뢰가 깨지면 다시는 돈 구경할 생각을 말아야한다.

주식자금은 성질상 가만히 앉아있는 자금은 아니다. 언제든지 사고 팔수 있으니 더욱 그렇다. 겉으로는 오늘 순매수, 내일 순매도 등 들락날락하는 주식자금이 불안하게 보인다. 그러나 조그만 충격에도 언제나 흔들흔들 불안해 보이지만 잘 쓰러지지 않고, 넘어뜨려도 곧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주식자금은 큰 위기에 강하다. 외자조달에서 외인주식자금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주가나 환율, 금리의 일상적인 변덕은 커질 수 있어도 경제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재앙적 상황이 오는 빈도는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의 관리나 운용, 외환정책도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를 잘 고려해야한다. 위험을 알고 투자하는 외인자금이 늘어난 만큼 환율도 시장의 힘이 많이 반영되도록 해서 적정환율을 시장 스스로 찾도록 해야 시장의 왜곡이 덜하다. 그리고 이미 기업들이 배당, 자사주 매입 등으로 안정성을 얻는 대가로 외국인 주주에게 많은 초과수익을 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차원에서 주식을 팔아 모은 달러로 미국채 등 수익률 낮은 곳에 지나치게 많이 운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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