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팔 때는 아니다
"그나마 삶이 마음에 드는 것은, 첫째 모든 것은 어쨌든 지나간다는 것, 둘째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것."(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 중에서)
폭락은 지나갔다. 20일 종합주가지수는 3일째 강세다. 전날 급등에 따라 오전 중 차익 매물이 나오기도 했지만 3일째 이어지는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증시를 떠받치며 상승 반전했다. 4월말 하락 추세로 반전 이후 3일째 강세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지나간 것은 끝이다. "손절매가 다 끝난 상황에서 올라봤자 소용없다"(차광조 메리츠 투자자문 운용이사). 손절매했던 기관 투자자들이라면 지금의 반등이 반갑기는커녕 더 속만 쓰리다. 펀드 수익률을 종합주가지수에 맞추기 위해서는 또 다시 매수해야 하지만 매도 단가를 생각하면 선뜻 손을 내밀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지수가 반등을 계속한다면 반등을 따라 추격 매수할 수밖에 없다.
펀드매니저들은 증시가 전날 미국 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강세 기조를 유지하는데 대해 기술적 반등의 연장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대표는 "종합주가지수가 820까지 오르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반응일 뿐"이라고 말했다.
증시는 지난해 저점 512에서 939까지 427포인트 올랐고 최근 저점 716까지 223포인트 떨어졌다. 상승폭의 절반을 반납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반등도 낙폭 223포인트의 절반 가량인 100포인트는 충분이 회복할 수 있으며 100포인트 남짓의 상승은 기술적 흐름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810 부근에 200일선이 놓여있다. 지수가 810~820을 확고하게 넘어서면 중요한 기술적 지표 하나는 정복하는 셈이 된다. 그 때가 돼서야 하락 추세가 흔들리면서 다시 상승 추세로 복귀하느냐를 논할 수 있다.
메리츠 투자자문의 차 이사도 "지수 적정 수준은 780~820이라고 본다"며 "780 밑으로 내려갔던 것은 수급이 꼬이면서 일어난 과민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10일 블랙먼데이를 거치며 기관의 손절매 물량이 대거 나오며 지수가 급락했으며 이 때의 투매로 일단 급한 매물은 소화된 것으로 파악한다는 것. 때문에 780~820까지의 반등은 나올 수 있으며 시장은 이 수준에서 횡보하며 향후 방향성을 고민할 것이란 전망이다.
KTB자산운용의 장 대표는 횡보하며 방향성을 고민하는 시기를 5~6월로 봤다. 6월까지는 조정의 연장이란 전망이다. 왜 하필 6월까지인가. 그 때가 되면 시장을 내리누르는 불확실성의 많은 부분들이 제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가 흐름이 잡힐 것이고 6월말이 되면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려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다소 낮아진다.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내리 누르는 요소 중의 하나인 국내 경제정책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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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 투자자문의 차 이사는 "지금은 매도 시기는 아니다"라며 "팔려면 좀더 기다렸다가 820부근에서 팔아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오히려 낙폭 과대주 중심의 선별 매수도 고려해볼만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차 이사는 "현재는 과도한 낙폭에서 회복돼 가는 중이므로 종목별로 낙폭이 심했지만 반등이 강하지 않았던 종목들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어느 정도 반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단기 관점에서 낙폭 과대주 매수가 유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홍 랜드마크투신 사장은 "단기 불확실성은 변함없지만 외국인들은 중장기적으로 여전히 낙관적"이라며 "악재를 모두 반영하고도 싼 주식들이 많다"고 말했다. 과도한 비관론을 경계하라는 권고다. 유가도 세력 게임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마냥 오름세를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물론 상승 추세는 무너졌다. 지금 지수는 5일선만 회복했을 뿐 20일선, 60일선, 120일선, 200일선을 모두 하회하고 있다.전날에는 20일선(844.08)이 120일선(848.65)를 뚫고 내려가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고 20일선이 120일선을 밑도는 현상은 오늘도 지속되고 있다.
삶을 그나마 견딜 수 있는 것은 지나간 것을 돌이킬 수는 없지만 '오늘'이란 선물이 있어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너진 추세, 무너진 증시..그러나 반등 중인 증시. 기술적 반등으로 끝날지, 820을 넘어서 또다시 상승 추세로 전환을 꾀할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720 바닥에 대한 신뢰는 높아졌다는 점이다.
언제까지 떨어질까에 대한 불확실성 하나가 제거됐다는 것만도 긍정적. CSFB증권은 과거 위기 때 대형주 주가 흐름을 분석해 대형주의 추가 하락 리스크와 상승 잠재력을 분석했다. 지금 이 순간, 종목별로 하락 리스크와 상승 잠재력을 계산해 주식 투자를 바라보는 것도 의미 있다. 바닥을 확인한 지금이, 낙폭에서 회복 중인 지금이 "팔 때는 아닌 것"(메리츠 투자자문 차 이사)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