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의 전유물?
세계은행 차기 총재 선출을 앞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세계은행 총재는 최대 지분을 가진 미국이 지명하는 것이 관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의 지명은 곧 당선 보증 수표나 다름 없었다. 제임스 울펀슨 총재도 미국이 지명했다. 그는 미국의 뜻에 따라 10년 간 총재자리에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이 어떤 인물을 지명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1일 외신들은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과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 패커드(HP) 회장(CEO)이 강력한 차기 총재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고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 사람이 후보로 거론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은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부시 정부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피오리나 HP 전 회장은 공화당 당원이다. 그녀는 HP 회장으로 있을 때 정보기술(IT)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부시 정부 관리들과 접촉해왔다. 피오리나는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당선된 후 주지사직 인수팀 일원이었고, 슈워제네거 지사에게 경제 자문을 제공하기도 했다.
울포위츠 부장관은 이라크 전쟁 설계자 중 한 명으로 부시 정부의 이라크 정책 수립에 참여해왔다. 이라크 전쟁을 수행 중인 부시 대통령에게 울포위츠는 유능한 전쟁전략가로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인물이다.
또 한가지 공통점은 세계은행 총재가 가져야할 자질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은행 총재가 되기 위해서는 빈곤과 개발, 원조 문제에 정통해야 하며 경험도 풍부해야 하지만 두 사람은 이와 관련한 전문성이 전무하다.
전통적으로 국제경제기구의 수장은 하나 같이 해당 기구가 요구하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맡아 왔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자리에 오른 로드리고 라토는 8년 간 스페인 재무장관을 역임하며 스페인 경제를 운영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다.
유럽과 개발도상국들은 이번 만은 비(非) 미국인이 세계은행 총재를 맡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만약 부시 대통령이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고 자신의 인사를 세계은행 총재로 앉힐 경우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가 세계 빈곤 문제에 정통한 아일랜드 출신의 록 그룹 'U2'의 보컬인 보노를 세계은행으로 보내자는 사설("Bono for the World Bank")을 실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