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행정도시법 통과 이후 충청권...'靜中動'
경칩이었던 지난 5일. 행정수도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첫 주말을 맞은 충청남도 연기군, 조치원 일대는 아직 영하권의 쌀쌀함이 감돌았다.
“땅금(땅값)은 조금씩 회복되는 같긴 헌데, 거래는 통 없시유. 정책이라는 게 워낙 왔다갔다 하니께….”(조치원읍 문화컨설팅 류찬열 사장)
우여곡절 끝에 최근 행정도시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현지인들의 얼굴엔 ‘큰일’을 겪은 사람 특유의 조심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봄은 왔으되,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고나 할까.
그렇다고 기대감까지 감춘 것은 아니다. 비록 ‘반쪽 이전’이지만 “이전 않는 것보단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치원 일대 아파트, 땅값 소폭 회복세=행정도시 이전의 가장 큰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조치원 일대는 회복세가 뚜렷했다.
조치원읍 침산리 욱일아파트나 신흥주공아파트는 행정도시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1000만원 정도 가격이 올랐다. 욱일 2차 30평 아파트 값은 1억3500만원 선. 지난해 위헌판결 직전에 분양, 청약과열을 몰고 왔던 조치원 신흥 푸르지오 아파트 분양권 가격 역시 지금은 분양가 이하 매물은 들어가고 1000만원 정도의 웃돈이 붙었다.
조치원읍 서창리 대지부동산 최대근 사장은 “아파트나 땅값이 조금씩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토지의 경우 매물이 30% 정도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편 위헌판결 이후 전면 중단됐던 충청권 신규 분양시장도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조치원읍 소재 대우건설 죽림 푸르지오(286가구) 모델하우스에서는 이달 말 분양을 앞두고 이날 마침 주부 모니터요원에 대한 교육이 한창이었다.
대우 모델하우스 관계자는 “당초 지난해 11월 분양예정이었다가 위헌판결로 연기됐으나 행정도시 건설 발표와 맞춰 분양일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밖에 9월 경에는 조치원읍 신안리에서 대림건설이 900여 가구, 5월 경에는 청원군 강내면에서 쌍용건설이 500여 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행정도시 일대 “내려와도 걱정, 안 내려와도 걱정”=행정도시 외곽지역이 조금씩 해빙기미를 보이는 반면 정작 행정도시 후보지인 연기군 남면, 금남면 일대는 아직 겨울 한파가 가시지 않은 상태다. 특히 정부가 최근 행정도시 주변 땅 3000여만 평을 10년 동안 묶는다고 발표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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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면 종촌리 학사공인 배창무 사장은 “정부 규제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는데다 아직 행정도시 이전에 대해 실감이 나지 않아서인지 문의가 거의 없다”며 “시간이 더 지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난 후에야 구체적인 움직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행정도시가 과연 제대로 추진될 수 있는지 반신반의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연기1리 박노식 이장은 “정치권에서 또 헌법소원을 낸다고 해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충청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불안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행정도시 건설에 대한 주민들간 이견차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다른 지역에 대토를 받아 놓은 주민들은 행정도시 이전을 반기고 있지만 생의 터전을 잃고 싶지 않은 노인층은 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의도대로 행정도시가 추진된다고 해도 이제는 토지 보상가격을 놓고 또 한바탕 홍역을 치룰 전망이다. 종촌리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주민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둘로 쪼개진 지 오래"라며 "솔직히 이제는 내려와도 걱정이고 안 내려와도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