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들이 헤어진 이유

[기자수첩]그들이 헤어진 이유

김현지 기자
2005.03.09 11:15

[기자수첩]그들이 헤어진 이유

"B사는 급여가 밀리고 창업자들이 회사를 떠난 상태여서 몇달만 있으면 회사가 넘어갈 것 같았다. 퇴출되어야 할 벤처가 살아남으면 건강한 업체들까지 고통스럽게 한다"

벤처 A사 사장은 모 잡지 기고문에서 경쟁사이자 같은 협회 회원사 B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이런 내용에 B사가 발끈하고, 다른 협회 회원사들도 "비방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들고 일어났다. A사는 협회를 대표하는 회장사였지만그날로 협회에서 제명됐다.

그들이 헤어진 이유를 곱씹어 보건대, 근본 이유는 `벤처 경기 활성화'라는 연못에 드리워진 낚싯줄의 미끼를 누가 따먹느냐를 두고 경쟁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치열한 싸움 때문이었다.

처음에 서로 공존을 꾀하자며 협회 꾸리기를 제안했던 회장 A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수요도 없는 국내 시장에서 이처럼 처절하게 싸워야 하는가'라는 회의감에 빠졌다. 결국 A사는 "해외시장에서 홀로 싸우는 게 낫겠다"며 `공존'보다 `따로 생존'이라는 정글의 법칙을 택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금은 `많은 벤처를 살릴 때'가 아니라, 경쟁력 있는 `소수의 벤처'를 키워서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강자의 논리를 선택했다.

벤처 업계에선 이런 일들이 드물지 않다. 특허침해다 뭐다 해서 서로 다리를 걸고, 상대를 넘어뜨리고 자신은 살아남기 바쁘다. 이같은 이전투구의 이면에는 벤처지원정책의 혜택을 독차지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정부는 지금 2000년 거품 붕괴 이후 꼭꼭 숨어버린 `벤처'라는 명칭을 복권시키고, 경기 활성화를 이끌 산업군으로 육성하려 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아무리 건전하다 하더라도 `벤처 패자 부활제도'나 `될 성 부른 벤처 지원'이라는 정책에는 `특혜 시비'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벤처 경영자들도 자기 기술이나 사업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에 대해 우려한다.

그만큼 정부가 펼치는 정책 하나하나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벤처기업 지원책과 관련한 심사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등 정책 실행 과정에서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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