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시, 유엔 헌장도 안봤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유엔(UN) 주재 미국 대사에 이어 차기 세계은행 총재 후보에 보수 강경 인사를 지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존 볼튼 국무 차관과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유엔(UN) 대사와 차기 세계은행 총재 후보에 각각 임명했다.
곤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볼튼이 문제를 다루는 법을 아는 터프한 성격의 외교관"이라며 유엔 개혁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부시 대통령도 울포위츠가 "배려심 많고 점잖은 사람"이어서 세계은행의 "숭고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하바드대학의 드버시 캐퍼 정치학과 교수는 "울포위츠는 세계 문제를 미국 혼자 처리하겠다는 부시 정부의 상징"이라면서 이번 인사는 미국이 다자주의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 미국민들조차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두 사람 모두 안보를 위해 무력 사용을 주장하는 보수 강경의 주역들이기 때문에 국제기구의 목적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의 목적은 가난한 나라에 물과 전기를 공급해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인데 어떻게 이라크의 인프라를 파괴하고 이라크인들에게 고통을 준 장본인에게 세계은행을 맡길 수 있느냐는 주장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은행 수석연구원을 지낸 조셉 스티글리츠 박사는 "적임자를 보내도 빈곤과의 싸움에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마당에 그릇된 인사를 선정하면 실패할 기회는 확실히 많아진다"고 울포위츠 지명을 비난했다.
미국의 유엔 대사 지명도 마찬가지.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를 헌장 1조에 명시한 유엔에다 무력 사용을 주장하는 인물을 앉히려는 부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볼튼은 이란과 이라크, 북한에 대해 강경 대응을 주장해온 대표적인 매파 인물이다. 유엔에 대해서도 무능한 조직이라며 독설을 퍼부어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유엔 비판자'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이번 인사를 지켜본 한 프랑스인은 "부시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할 인물들이 지명됐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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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은 세계은행의 임무와 유엔 헌장도 한 번 안 읽어 보고 인선을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임면권자의 기본 자세가 무엇인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