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검토해온 '원-엔 시장 재개설'을 유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엔화 결제에 대한 실수요가 부족해 오히려 원/엔 환율의 교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28일 "최근 원-엔 시장 재개설 방안을 놓고 주요 은행의 외환 딜러들로부터 의견을 들은 결과, 실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게 대다수의 견해였다"며 "현재로선 원-엔 시장을 다시 개설해도 활성화가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엔 시장의 실수요자가 될 수 있는 대일 수출입 기업들도 실제 외환거래는 달러화를 중심으로 하고 있었다"며 "엔화 결제에 대한 실수요가 부족해 시장이 유지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일 '2007년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외환시장 선진화를 위해 원-달러 외에 원-엔 등 이종통화시장의 개설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2년여동안 원/엔 환율이 큰폭 하락하면서 대일 가격경쟁력이 약해지자 원/엔 환율의 변동을 완화하기 위해 제기된 방안이다. 원/100엔 환율은 2004년 11월 1112.7원에서 지난 26일 774.1원으로 30.4%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이날 '이종통화시장 활성화 필요성: 원-엔 시장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통해 "원/엔 환율 안정화 방안으로 원-엔 시장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달러, 달러-엔 시장을 거치지 않고 원-엔이 곧장 거래될 경우 달러화 가치 하락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요 부족에 따른 유동성 결핍 가능성을 고려할 때 원-엔 시장 재개설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오히려 원-엔 환율의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거래가 부족할 경우 매도호가와 매수호가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 가격 교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유동성 공급자(LP)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실수요가 없으면 큰 기능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