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업체 담합사건, 산자부는 "무죄"

유화업체 담합사건, 산자부는 "무죄"

이상배 기자
2007.02.20 12:00

업체에 거액 과징금.."조사기간중 행정지도 없었다"

SK㈜ 등 10개 석유화학업체들의 담합(카르텔) 사건은 역대 3번째인 1051억원의 과징금과 일부 고발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20일 SK㈜ 대한유화공업 등 9개 업체가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LG화학 대림산업 등 5개 업체가 검찰 고발 대상이 됐지만, 제재와 책임을 비켜간 곳도 없지 않다.

호남석유화학(78,900원 ▼3,100 -3.78%)은 가장 먼저 조사에 협조한 덕에 과징금을 100% 면제받았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참 착한 기업'이었다고 한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도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이 대폭 깎였다.

GS칼텍스와 씨텍은 담합에서 발을 뺀지 3년(공소시효)가 지난 덕분에 검찰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 GS칼텍스와 씨텍은 각각 2003년 3월, 2003년 9월 이후 더 이상 담합에 가담하지 않았다.

또 하나 이번 석유화학 담합사건에서 책임을 면제받은 곳이 있다. 바로 산업자원부.

지금껏 조사 대상 기업들은 석유화학업계 담합이 1970년대 개발연대 시절 정부의 행정지도로 인해 시작됐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산자부는 인정한다. 정재찬 공정위 카르텔조사단장은 "산자부 역시 1993년까지 석유화학 업계에 대해 물량에 대해서는 상호협의하라는 행정지도가 있었음을 시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물량과 가격이 따로 떨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사실상 상호간 가격 협의를 묵인했음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석유화학 업체들이 과징금이 과다하다며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산자부는 이같은 '원죄'마저 면제받았다. 공정위가 조사대상 기간을 1994년 이후로 한정한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번 석유화학 담합사건의 조사 대상 기간을 1994년 4월부터 2004년 4월까지로 잡았다. 과징금 1051억원도 이 기간동안 발생한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정 단장은 "1994년 이전에 대해서는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또 "1994년 이후 정부의 행정지도가 있었다는 정황도 확인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초 석유화학 담합사건의 최대 논쟁거리였던 정부의 행정지도 문제는 이렇게 화살을 피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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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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