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정몽구 회장의 '제주 2박3일'

[현장+] 정몽구 회장의 '제주 2박3일'

제주=이진우 기자
2007.06.24 14:58

'엑스포 유치' 강행군 속 파업 등 현안대응 분주

2012년 여수 세계엑스포 유치활동을 위해 지난 21일 저녁 제주로 날아온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22일 오전 10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4회 제주평화포럼' 개막식장으로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숙소인 해비치리조트를 나서는 그의 표정에서는 복잡한 속내가 읽혀졌다.

이번 제주행의 가장 큰 목적인 엑스포 유치지원 말고도 산적한 현안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올들어 차츰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영실적을 적극 챙겨온 정 회장은 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노조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파업이 임박하면서 대책마련에 분주하고 있다. 노사문제는 박정인 수석부회장에게 사실상 전권을 일임했다고 하지만, 총수로서 직접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대외적으로도 이번 제주방문에서 보듯 5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2년 세계엑스포 개최도시 결정을 앞두고 '국가 대사'에 힘을 보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게다가 다음달 10일에는 법원의 비자금사건 2심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다.

정 회장은 이처럼 요즘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이러한 안팎 상황을 고려한 탓인지 현대·기아차의 주요 수뇌부들이 정 회장과 함께 제주로 총출동했다. 김동진현대차(491,000원 ▼26,000 -5.03%)부회장을 비롯, 최한영 현대차 상용담당 사장, 이용훈 로템 사장, 김창희 엠코 사장, 김용환기아차(160,800원 ▼7,700 -4.57%)부사장, 김덕모 현대·기아차 홍보담당 부사장 등이 이번 포럼에 참석한 임원들의 면면이다.

이들은 제주평화포럼의 주요 행사에 정 회장과 함께 참석하면서 엑스포 유치활동을 보좌했다. 정 회장은 22일 송민순 외교부장관 초청 오찬, 김태환 제주도지사 초청 만찬 참석에 이어 23일에는 자신이 직접 오찬을 주관하면서 국내외 각계 인사들에게 여수 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특히 개막식 당일에는 일찌감치 현장에 나와 노 대통령을 영접하면서 간단한 수인사를 나눴고, 개막식이 끝난 뒤에는 행사장 밖에까지 나와 배웅했다. 개막식에서는 맨 앞줄에 앉아 강연을 경청했다.

아울러 주요 일정 중간중간에는 수시로 그룹 임원들과 만나 회사의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저녁에는 만찬 참석에 앞서 숙소 로비에서 주요 임원들과 잠시 티타임을 갖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처럼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엑스포 유치지원'외에는 일체 말을 아꼈다. 그의 행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행여 이번 행사의 진행과 엑스포 유치활동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배려가 엿보였다. 임원들에게도 노조파업과 관련해서는 "고객들의 우려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엑스포 유치에 더 열정을 쏟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김동진 부회장이 22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이번 파업은 명백한 불법인 만큼 원칙대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김 부회장은 "이번 파업은 대다수 조합원들이 원치 않고 있고, 노조 집행부 역시 금속노조 방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측면이 있다"며 "한마디로 명분도 실익도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는 노조측이 파업을 강행할 경우 민·형사상 소송제기와 함께 징계책임을 묻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이번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액이 900억원 안팎에 달하는 만큼 피해규모에 대해 철저히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다.

엑스포 유치에 온 여정을 쏟아 부은데다, 노조파업 문제 등으로 심신이 몹시 피곤해 진 탓일까. 23일 오후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은 정 회장은 짧은 시간이지만 잠시 깊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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