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남양기술연구소…"제네시스 벤츠보다 우수"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는 8000여명의 두뇌가 일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의 총본산이다.
세계 수준의 차량으로 평가받는 '그랜저, 쏘나타, 베라크루즈, 씨드' 등도 모두 남양기술연구소에서 태어났다.
이 연구소는 현대기아차의 모든 ‘비밀병기’들이 숨어 있는 곳이라서 외부인 출입이 일절 금지돼 있다.
실제 연구소 곳곳에는 위장막을 씌운 신차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 관계자는 "저게 투스카니 후속으로 개발된 BK입니다"라고 살짝 귀띔해줬다.
어렵사리 출입 허가를 받더라도 카메라, 휴대폰, 녹음기 등은 소지할 수 없고, 보안요원이 내내 따라다닐 정도로 비밀스러운 곳이다.
그런 비밀스런 곳을 현대기아차가 11일 기자단에 한꺼풀 공개했다. 지난 2004년 이후 3년만이다.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를 떠난 버스는 1시간10분만에 경기도 화성에 있는 남양기술연구소에 도착했다. 까다로운 보안 절차를 밟고 신차 탄생의 비밀을 조심스럽게 따라가봤다.
◇만들지 않고 디자인한다 = 맨먼저 찾은 곳은 디자인연구소. 이 곳에서 견학이 허용된 곳은 영상 품평장과 실내 품평장 등 2곳 뿐일 정도로 철저한 보안을 유지했다.
현대차는 수작업에 의존했던 과거 디자인 관행을 이미 탈피했다. 전체 과정을 디지털 프로세스화 해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신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실제 연구소측은 기자단에게 TG의 아이디어 스케치, 랜더링, 모형차 제작 등의 과정을 선보였다. 특히 VR(Virtual Realityㆍ가상 현실) 기법을 핵심으로 하는 이 기술 덕분에 실제 모형을 만드는 수고는 옛일이 됐다.
곧이어 찾은 높이 25m의 돔형 천장으로 꾸며진 실내 품평장은 디자인 작업을 통해 1차로 만들어진 차량 후보군을 품평하는 곳이다. 차량 7대를 동시에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품평할 수 있다.
독자들의 PICK!

◇바람을 가른다 = 풍동(風洞) 시험은 주행시 차가 받는 공기저항, 바람으로 인한 소음 등을 측정하는 곳이다.
450억원을 투자, 지난 1999년 건설한 이 풍동실험장은 세계 몇 곳 안되는 자체 설비 중 하나로 전체 크기가 축구장 하나에 맞먹는다. 남양연구소에서 가장 비싼 설비다.
직경 8.4m의 거대한 팬이 바람을 일으키게 한 뒤 바람 세기를 조절해가며 자동차가 주행할 때 받는 공기저항을 측정한다. 최대 풍속은 시속 200km에 달한다. 풍동시험은 연비 개선과 주행 정숙성 확보를 위해 필수 코스다.
현장을 찾았을 때 연구진들은 TG를 이용해 풍동 시험을 하고 있었다. 왼쪽에서 TG를 향해 강력한 공기가 부딪히기 시작했다. 그 속에 하얀 연기가 섞여 있었는데, 연기는 TG의 차체 윗부분을 유연하게 스치고 있었다.
이정호 선임연구원은 "이곳에서의 실험으로 인해 현대기아차의 공력이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섰다"며 "곧 출시할 BH는 BMW나 벤츠보다 낫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충돌 또 충돌..안전을 지킨다 = "쿵~~" 순식간이었다. 시속 56km로 달려온 쎄라토는 고정벽에 충돌했다. 가까이 다가갔다. 차 앞쪽은 완전히 부서졌지만 A필러와 운전석 도어 부분부터 뒤쪽으로는 새차라고 생각될 정도로 깔끔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여성 더미가 앉아있었다. 이번 테스트 목적은 덩치가 작은 여성 운전자들이 충돌했을 때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개당 1억원 이상이 넘는 더미는 내부에 수십개의 센서가 담겨 있어 충돌 유형별, 각 부분별 상해 정도를 가늠하는 인체모형이다. 충돌시 더미 작동에 따른 각종 데이터가 트렁크 뒤에 있는 계측기로 전송된다고 한다.
차대차 충돌시험부터 고정벽 정면 충돌, 차량의 정면 한쪽만 충돌하는 오프셋 충돌, 측면 충돌, 후면 충돌, 전복 시험 등 다양한 안전 테스트가 이곳에서 이뤄진다고 했다.
신차가 출시될 때는 최소 100~150번의 충돌 테스트가 이뤄진다고 한다. 1번 실험당 1억원 가량이 든다고 하니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 셈이다. 쏘나타 개발에 3000억원이 투입됐다는데 이해가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BH의 경우 절반정도인 70~80번 정도 충돌테스트를 했는데 해외 경쟁차와 비교해 뛰어난 안전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고속 주행도 문제없다 = 4.5km 길이의 고속주행장. 그랜저, 오피러스, 에쿠스 3대가 마련돼 있었다.
그랜저 S380을 타고 시속 200km 속도로 코너를 돌았지만 안정적이었다. 손바닥에 땀이 찰 정도로 긴장됐지만 부드럽게 주행로를 타고 넘었다.
주행시험장은 총연장 70km, 시험로 34개, 노면종류 71개를 갖춰 차량의 조정 안정성, 선회 성능, 제동 성능 등 모든 성능을 완벽하게 테스트한다고 한다.

한편 이날 남양연구소에서는 대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공모전인 '미래차 기술공모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현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 총괄본부장은 "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곧바로 양산차에 반영될 수 는 없지만 이같은 행사를 통해 학생들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닛산 등 일본 대중브랜드의 국내 진출에 대해 그는 "경쟁이야 늘 하는 것인데 충분히 이길 것"이라며 "품질에서는 이미 경쟁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