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안되는 사업 '접어라!'...시장포화·경기침체로 감량경영 돌입
올들어 국내 주요 인터넷 포털들이 보수적 운영을 강화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고 있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진입하고 경기침체까지 겹치자, 포털의 본령인 검색과 데이터베이스(DB)를 다시 강화하고 '돈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블로그나 카페, UCC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자 했던 과거의 시도들과는 다소 배치되는 흐름이다.
지난 16일 주요 포털들은 고급의 사진이나 지식 등을 유통시키는 사용자들에게 현금이나 디지털카메라를 직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위해 '직접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NHN(211,000원 ▼10,500 -4.74%)의 포털 네이버는 '지식iN' 우수 이용자 100명을 선정해 1인당 200만원씩 지원하는 '지식활동 후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식iN '고수' 등급 이상의 이용자가 해외 탐방, 물품·기기 구입 등 '지식활동대'로서의 활동 계획서를 제출하면 후원금을 제공한다는 것. 단, 이를 통해 수집한 정보는 지식iN에서의 답변을 통해 일반 이용자에게도 공유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SK컴즈의 포털 싸이월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마추어 사진 블로거들을 지원하기 위해 경품 행사를 마련했다. 전문가 평가와 네티즌 추천 점수, 작품 등록 개수 등의 활동 점수를 합산해 매월 3명을 선발, 올림푸스 최신형 카메라(300만원 상당, 1명) 등 총 3대의 카메라를 선물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직접적인 물질적 지원을 하면서까지 콘텐츠 DB 강화에 나서는 것은 양 포털 모두 전례가 없던 일이다. 지금도 포털에 만화를 제공하는 만화가들에게 고료를 지급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위해 비용을 지출하고는 있지만, 이는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계약을 맺은 특정한 이들에게만 한정된 것이다. SK컴즈 관계자는 "이런 적은 예전에 한 번도 없었다"며 "회사 차원에서는 나름 파격적인 조치"라고 전했다.
포털들이 올들어 검색과 DB 강화에 나선 사례는 많다. 지난달 28일 출범한 통합 네이트는 아예 사이트 개편의 최대 의의를 검색 강화로 공포하고 동영상 음원 검색 서비스 등 새 검색 서비스들을 선보였다.다음(47,850원 ▼2,150 -4.3%)커뮤니케이션도 이달 2일 부천만화센터로부터 만화검색 데이터베이스(DB)를 제공받아 만화 작가·작품·잡지·기관 등 20만 건의 DB를 검색 대상에 포함시켰다. 네이버도 1월 '지식iN'의 의학정보 신뢰성을 높이겠다며, 이용자가 의학 관련 질문을 하면 의사가 직접 답변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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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포털들이 다시금 검색을 강화하는 것은 국내 포털 시장의 경쟁이 심해질 대로 심해져 새 아이디어에 의존한 확장 전략이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영규 SK컴즈 상무는 "솔직히 말해 국내 인터넷 포털 시장은 거의 포화상태"라며 "이것저것 해봐도 잘 안 되다 보니 그나마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차원에서 검색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외국으로 나가야 할 때"라며 "우리가 시맨틱(문맥) 검색 등의 새 기술을 강조하는 것은 사실 외국시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웹지도 서비스는 포털 시장의 포화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는 한때 포털의 성장 정체를 극복할 만한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다음·파란·야후·구글 등 대부분의 포털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비슷비슷한 서비스가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 중 하나가 실시간 교통정보 제공, 모바일 연동, 길찾기 등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치고나가더라도, 다른 업체들이 곧이어 따라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다음이 고화질 항공사진을 제공하는 '스카이뷰' 등을 출시하며 한때 네이버를 제치고 웹지도 페이지뷰 1위를 달리다가 1주일만에 제자리로 돌아간 사건은 이를 잘 드러낸다.
사정이 안 좋다보니 '돈 안되는' 서비스들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다음의 경우 '세계엔' 서비스를 2월 종료시켰으며, 같은 달 네이버는 '인조이재팬'을 일본어 번역서비스만 남겨놓고 폐지했다.
이처럼 감량 경영을 중시하고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포털업체들의 새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임명된 포털업체 CEO들이 모두 '안정'을 중시한다는 '재무전문가' 출신이기 때문이다. 김상헌 NHN 대표 내정자와 최세훈 다음 신임대표 뿐만 아니라, 기존의 주형철 SK컴즈 사장도 모두 '비즈니스맨'으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