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왼쪽 손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컴퓨터 자판을 치는데 손목이 시리고 아프더니 가벼운 것도 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친 것도 아니니 그냥 지나고나면 낫겠지'하고 있다가 가만두면 큰 병이 될 수도 있다는 안팎의 우려와 권유로 자의반 타의반 병원에 갔다.
우선 먼저 찾은 곳은 전문병원이다. 아침 9시에 접수를 하고, 기다리다가 X레이 사진을 찍었다. 간단하게 끝날 줄 알았던 X레이는 상당히 고난이도의 동작을 요구했다. 여러 각도에서 두 손목을 한 필름에 찍느라 고생을 했다. 양쪽손목을 한 필름에 찍는데 실패하고 나서야 한쪽씩 다시 찍었다.
사진을 찍고 복도에서 기다렸다. 아침 일찍부터 많은 환자들이 붐비고 있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과 만났다. 예전에 한번 안면이 있던 선생님이라 조금은 편했다. 하지만 의사 앞의 환자는 '고양이 앞의 쥐'는 아니더라도 '선생님앞의 학생' 이다. 일방적인 분위기다. 밖에 많은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속시원하게 뭘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잠깐 몇마디를 나누고 진료는 끝났다. 뼈에는 이상이 없는데 근육강화운동을 1주일정도 해본후 증상이 계속되면 신경쪽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불편한 상태는 이어졌고, 며칠이 지났다. '일단 뼈에는 이상이 없으니...'하고 버티고 있는데 한 후배가 한의원을 추천했다. '용한(?)' 한의원이 있는데 한번 가보라는 것이다. 얼마전 허리를 삐끗했는데 고쳤다는 것. 더 재밌는 것은 첫날 진료를 한후 "이틀만 오면 낫겠네"라고 얘기했고 이틀을 가고 나서 나았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글쎄'라며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틀'이라는 단어가 날 잡았다. '난 며칠을 다니면 나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겼고, 일단 한번 가보기로 했다.
그리곤 다음날로 예약을 했다. 바로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다음날 오후에야 시간이 났다. 제법 알려진 한의원이었다. 다음날 오후 첫 진료가 시작됐다. 침상에 누워서 한 30분가량 이런 저런 애기를 하면서 진료를 받았다. 아픈 이유에 대한 설명과 함께 5일정도면 낫겠다는 소견을 받았다.
'정말 5일이면 나을까'라는 의심을 갖고 한의원에 다녔다. 손목을 지압하고, 어깨를 만지고 침을 놓는데 대략 20분정도를 한의사와 대화하면서 진료를 받았고, 10분정도 누워있다가 침을 빼고 나오는 것까지 포함하면 30∼40분가량의 진료시간이 소요됐다.
지난 8일이 5일째였다. 진료를 받던 도중에 "처음에 며칠오면 낫는다고 하셨는데 잘 맞추시나요?"라고 물었다. "틀리기도 하죠. 경험에 의한 것이고, 그 날짜안에 고치려고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라고 답했다. 마지막 진료(?)를 마치고 나서 한의사는 "손목에 대한 치료는 끝났고, 별다는 충격이 없다면 2주면 편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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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목이 진짜 나았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아직 불편함이 남아있다. 하지만 치료여부를 떠나 이번 일에 있어서는 한의원에 한표를 던지고 싶다. 치료의 시작은 환자와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1시간을 기다려 3분가량 진료받는 현재 의사선생님 중심의 의료시스템은 많은 제약에도 불구 변화가 모색돼야 한다.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선생님의 권위를 잃어서는 안되겠지만 환자와의 소통에서 있어서는 '의사오빠' '의사아저씨'가 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