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는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큰 골프대회를 매년 열어온 모 기업이 올해는 골프대회를 갖지 않으려던 연초의 계획을 바꾸고 골프대회를 치르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 기업이 다시 골프대회를 주최키로 용단을 내린 것은 대회를 무산시킬 경우 국내 골프시장이 받는 타격과 골프계 인사들의 설득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지만 기업실적이 작년 말, 올 연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 비용을 대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 때문이기도 하다.
초고가 골프장 회원권도 작게나마 거래가 살아나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 초고가 골프장 회원권은 지난해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자금확보를 위해 제일 먼저 내다 팔았던 물건들이다. 기업들이 다시 이런 물건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 조기 극복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30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경상수지가 흑자기조로 반전되면서 경제위기감이 상당 부분 해소된데 힘입은 것 같다.
일부 지역에 국한된 얘기지만,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주가도 강세를 이어나가고, 펀드 수익률도 오랜만에 커다란 플러스 수익을 내면서 "좀 나아지는 건가"하는 기대감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실제로 기업인들로부터 1, 2월과 3월이 달랐고, 3월과 4월이 확실히 다르다는 얘기를 적지 않게 듣는다. 달라지는 분위기가 확 살아날 수 있도록 정부가 촉진제 역할만 제대로 해주면 회복속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들도 주위에서 많이 듣는다.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를 것이라는 소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의 지난 2월 경기선행지수(CLI)가 94.5로 1월에 비해 1.6포인트 개선돼 상승폭이 가장 컸다.
CLI는 산업활동 및 주택,금융 · 통화,국내총생산(GDP) 등의 흐름을 가중 계산한 것으로 6개월 후 경제 전반의 예측 지표로 활용된다.
참으로 반가운 얘기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시피,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러한 자신감과 기대심리를 바탕으로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면 끝이 어디인지 모를 침체도 슬기롭게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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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의 경기회복론은 성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OECD의 CLI를 들여다보면 회원국의 평균지수가 1월에 비해 0.7포인트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여전히 세계경제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무역의존도가 중국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훨씬 높은 우리에게는 낙관할 수 없는 커다란 불안요소가 바로 앞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비 투자 등의 지표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실업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형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당초 4.2%에서 대폭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도 현재의 낙관론에 제동을 걸고 있다.
IMF를 무조건 추종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크게 낮춘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를 “정신 바짝 차리고 경기부양에 매진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고용창출과 기업의 투자확대, 규제개혁, 공기업 체질개선 등 경기가 어려운 때에야 할 수 있는 일들을 제대로 해야 언젠가는 올 경기 호황기를 제대로 구가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