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흐르는 물은 건강하다

[광화문]흐르는 물은 건강하다

방형국 편집위원
2009.07.29 09:50

세상에 바뀌어 있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병든 사람의 얼굴은 평온하고, 병간호하는 사람의 얼굴은 피곤하다. 슬픈 자의 얼굴은 평상심을 찾았는데, 슬픔을 준 자의 얼굴이 되레 슬프다.

그림을 그린 자의 해설은 마냥 게으르고, 그림을 보는 자의 눈은 하릴없이 바쁘다. 두려운 것은 산짐승이 아니라, 사람이요, 사람보다 두려운 것이 마음이다. 물은 뜻이 있어 흐르건만, 물위에 떨어진 꽃이 더 각광을 받는 것은 인간의 눈에만 그럴 것이다.

바뀌지 않는 것들도 있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은 원숭이다. 코끼리는 나무에서 떨어질 수가 없다. 산에서 죽는 것은 산을 잘 아는 사람이다. 산이 두려운 자는 절대 산에서 죽지 않는다. 물도 마찬가지다.

말 잘 하는 사람이 말로 화(禍)를 당하는 법이지, 말 못하는 사람이 세치 혀를 함부로 놀려 화를 입는 법은 없다.

샤갈의 말이 절묘하다. "나는 돌아야 한다. 왜냐고? 지구가 돌기 때문에. 나는 날아야 한다. 왜냐고? 날지 못하기 때문에." 낙화(洛花)가 유수(流水)에 실리지, 유수가 낙화에 실릴 리 만무다.

노령사회를 걱정하고 있다. 미국의 인구통계국이 작년에 발표한 '고령화 세계(An Aging World)'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올해 인구 10명당 65세 이상 노인이 1명이며, 약 30년 뒤인 2040년에는 인구 3명당 1명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예측했다. 이는 비단 한국만 아니라 노령화 속도에는 차이가 있을 뿐 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다.

몇 년 전 한 대기업의 CEO가 조찬 강연회에서 한 말이 재미있다. 그의 요지는 인간의 나이라는 것은 숫자에 불과해, 100년 전, 200년 전의 쉰 살과 지금의 쉰 살은 다르다는 것이다.

식량의 비약적인 증가, 과학과 의료 기술의 눈부신 발전, 이에 따른 난치성 질병의 극복, 사회 인프라확충, 문명화, 정보화 등에 힘입어 인간의 수명은 길어지고, 몸은 100년 전, 200년 전에 비해 건강해지고 있어 노령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CEO는 `젊게 살자`는 것을 강조하며, 지금의 나이에 0.7을 곱할 것을 제안했다. 지금 쉰 살이면 0.7을 곱한 서른다섯 살로 보는 것이 적정하다는 것이다.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여든 살쯤은 돼야 노인 축에 들어갈 수 있다.

얼마 전 TV에서 꾸준한 운동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살아 병원으로부터 35세의 신체연령지수를 인정받은 52세의 남자를 보았다. 사람에 따라 쉰 살이더라도 서른다섯 살, 아니 더 젊은 신체적 나이로 인생을 즐길 수 있다.

서른다섯 살이더라도 어떻게 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성숙하지 않는 쉰 살, 예순 살의 인생을 살 수도 있다. 현재 노령의 기준이 되는 65세에 0.7을 곱하면 45.5세에 불과하다.

이 나이라면 못 할게 없다. 외국어를 새로 시작할 수도 있고, 에베레스트에 도전할 수도 있다. 취미로 악기를 배워도 되고, 직업을 바꿔도 두려울 게 별로 없는 '갓 중년'의 나이다.

65세 이상 노령사회가 걱정되는 것은 분명 지금의 잣대로 본 것이다. 막상 그 사회에 진입하면, 아니 진입하기 얼마 전에 지금의 사회구조와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바뀔 것으로 생각된다.

노령사회라 해서 두려울 것이 없다.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바뀌지 않는 것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은 원숭이라는 사실 뿐 아니라, 모든 것은 바뀐다는 것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다. 두려운 것은 바뀌지 않는 것이지, 바뀌는 것은 두려울 게 없다.

노령사회에 대한 걱정은 개개인의 몫이어야지, 젊은이의 몫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병든 자의 얼굴은 평온하고, 병 수발하는 자의 얼굴은 피곤하다.

흐르는 물(流水)은 건강하다. 떨어지는 꽃(落花)은 새봄의 기약이다. 고로 당신은 흐르는 물처럼 건강해야 한다. 왜냐고? 물처럼 오래 살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젊어져야 한다. 왜냐고? 나이 듦으로 새로 피어나는 꽃처럼 더 건강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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